외부에서 지식재산권(IP)을 사들이던 국내 게임사들이 IP 공급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자체 IP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해외 진출을 노리는 업체가 등장했다. 게임 속 인기 캐릭터로 식음료 등을 개발해 IP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판 슈퍼마리오, 포켓몬스터를 제작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애니메이션에 도전하는 넥슨
31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 자회사인 넥슨게임즈는 이르면 내년 일본에서 ‘블루아카이브’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내놓을 계획이다. 블루아카이브는 넥슨게임즈가 2021년 일본과 한국에서 출시한 캐릭터 수집형 모바일 게임이다.이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흥행 여부에 따라 넥슨게임즈는 후속 TV판이나 극장판 등의 제작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게임의 일본 배급사인 요스타는 자체 스튜디오를 통해 ‘진격의 거인’ ‘명탐정 코난’ 등의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넥슨은 지난해 11월 블루아카이브의 배경음악을 담은 음반과 만화책을 출시하기도 했다. 게임 웹사이트에 ‘2차 창작 가이드라인’을 소개하면서 게임 사용자의 신규 콘텐츠 개발도 장려하고 있다. 일본 일러스트 창작 플랫폼인 ‘픽시브’에 등록된 블루아카이브 관련 작품 수는 20만여개에 달한다. 국내 게임 IP 관련 콘텐츠 중 최대 규모다.
넥슨은 일찍부터 IP 확장에 공을 들였다. 이미 자체 IP 게임인 ‘메이플스토리’를 활용해 만화책, 빵 등을 시장에 선보인 경험이 있다. 자사 게임의 배경음악을 주제로 오케스트라 공연도 매해 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게임 개발 단계에서부터 애니메이션 제작을 목표로 고려했다”며 “게임 외적인 분야에서 콘텐츠를 확장하는 게 게임 IP의 생명력을 강화하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도구리 과자’ 상품화한 엔씨
넥슨과 함께 게임업계 ‘앙대산맥’으로 꼽히는 엔씨소프트도 모니터 바깥으로의 확장을 준비 중이다. 리니지 시리즈 속 캐릭터를 활용해 과자 브랜드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 ‘리니지2M’의 너구리 캐릭터인 ‘도구리’가 주인공이다. 판교 사옥 내 카페에서 도구리를 활용한 음료도 판매하면서 시장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매일 200잔씩 ‘슈크림 쉐이크’ 2종을 한정 판매했다”며 “조금만 늦으면 물건이 동날 정도로 반응이 좋아 외부 판매를 고려하는 단계”라고 말했다.자체 IP를 내세운 오프라인 행사에도 힘을 주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3일부터 2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면서 방문객 5만여 명을 끌어모았다.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는 콘셉트로 도구리를 소개하면서 티셔츠, 피규어, 인형 등 캐릭터 상품 15종을 판매하기도 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웹소설에 발을 들였다. 이 회사는 자사 모바일 게임 ‘에픽세븐’ IP를 활용한 웹소설을 2일 카카오페이지에 공개했다. ‘리턴 서바이벌’로 누적 조회수 1500만 회를 넘긴 ‘연우솔’ 작가가 집필을 맡았다. 회사 관계자는 “자사 게임인 ‘로스트아크’ 캐릭터인 ‘모코코’를 주인공으로 해 지난 4월 부산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면서 IP 확장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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