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독일 북서부 중소도시 베쿰에 있는 피닉스 시멘트 공장. 공장 내 원뿔 모양의 ‘순환자원’ 저장고 문이 열리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인근 7개 폐기물 업체에서 배송된 순환자원이 시멘트 생산에 필요한 연료로 사용된다. 이 공장의 순환자원 사용량은 연간 6만5000t에 달한다.
시멘트는 광산에서 캔 석회석에 점토 등 부원료를 섞어 소성로에서 1450도 초고온 가열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일반적으로 회전식 원통형 가마인 소성로 안에서 가열할 때는 주연료로 유연탄이 쓰인다.
하지만 독일 베쿰 피닉스 공장은 폐플라스틱과 폐타이어, 동물 육골분 같은 순환자원이 유연탄 자리를 대체했다. 화석연료인 유연탄보다 순환자원 사용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때문이다. 피닉스 공장은 1990년대부터 순환자원을 연료로 사용했다. 토르스텐 코추르 피닉스 공장 엔지니어는 “순환자원 연료 사용률이 100%”라고 강조했다.
23일 찾은 아일랜드 키네가드의 브리든 시멘트 공장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의 순환자원 연료 사용률은 77%에 달한다. 톰 맥매너스 브리든 공장 매니저는 “2006년부터 대체 연료를 사용했다”며 “육골 사료뿐 아니라 주변 제약회사에서 나오는 폐기물 순환자원을 연료로 쓰고 있다”고 부연했다.
독일과 아일랜드 사례에서 나타나듯 유럽은 시멘트 생산 공정에서 순환자원 재활용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한국시멘트협회 등에 따르면 유럽의 순환자원 재활용률은 52%에 달한다. 반면 국내 시멘트산업에서 순환자원 재활용률은 전체 연료 중 35% 수준이다.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유연탄 사용 비율이 높은 편이다. 이에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한국도 시멘트 제조 공정에 순환자원 사용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 시멘트 업체의 연간 생산량은 약 5000만t이다. 시멘트 1t 생산에 유연탄 0.1t이 필요한데 이럴 때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0.8t 배출된다. 지난해 시멘트 소성로의 순환자원(연료 및 원료) 사용량은 878만t으로 2017년(700만t)과 비교하면 25%가량 증가했다. 순환자원을 매립 또는 단순 소각하는 대신 시멘트 제조에 재활용하면 탄소 배출을 줄이고, 경제성을 잡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하지만 국내 일부 환경 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순환자원 종류 중 중금속이 포함된 폐기물이 들어 있어 대기오염물질 등이 배출돼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럽 각국에서 만난 전문가들의 입장은 다르다. 우베 마스 독일 폴리시우스 기술총괄책임자는 “1450도의 초고온에선 다이옥신이나 프레온 가스가 모두 파괴된다”고 반박했다. 맥매너스 매니저는 “환경파괴 우려가 없도록 정화 장치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베쿰(독일)·키네가드(아일랜드)·런던=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