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성공 부러웠나…툭하면 미사일 쏴대던 北, 서두르다 실패

입력 2023-05-31 18:24   수정 2023-06-01 02:06


북한이 31일 군사정찰위성을 실은 로켓(천리마-1형)을 발사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전문가들은 엔진 등 주요 부품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지 못한 상태에서 발사를 서두른 게 원인일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위성 발사를 재촉하면서 발사 날짜가 앞당겨졌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새 엔진 충분한 연소시험 못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6시29분께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으로 발사된 ‘우주 발사체’(북한 주장)를 포착했다. 하지만 이 발사체는 비정상 비행하면서 전북 군산 어청도 서쪽 200여㎞ 해상에 추락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천리마-1형에 도입된 신형 발동기(엔진) 체계의 믿음성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용된 연료의 특성이 불안정한데 사고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해당 과학자, 기술자,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원인 해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국내 전문가들도 ‘엔진 결함’을 주요 기술적 원인으로 추정했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1단 분리 성공 후 2단 로켓 고공 엔진 점화 실패 등 비정상 시동으로 인해 추진력을 얻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충분한 지상 연소시험 등을 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비공개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보고에서 “과거에는 1·2 단체(추진체)의 비행경로가 일직선이었지만, 이번 발사는 서쪽으로 치우친 경로를 설정하면서 동쪽으로 무리한 경로 변경을 하다가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고 국민의힘 유상범 간사가 전했다.

국정원은 또 “누리호 발사 성공에 자극받아 통상 20일이 소요되는 준비 과정을 수일로 단축하며, 새로운 동창리 발사장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급하게 감행한 것도 한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이 현지 지도까지 하고 최근 5~6차례 ‘위성 발사’에 대해 말했다”며 “북한 엔지니어들이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6월 11일 전 추가 발사 가능”
이날 북한은 “우주개발국은 위성 발사에서 나타난 엄중한 결함을 구체적으로 조사·해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학기술적 대책을 시급히 강구하겠다”고 밝히며 추가 발사를 예고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2012년 4월 ‘광명성 3호’ 발사 때도 궤도 진입 실패를 인정하고 그해 12월 재발사했다”며 “충분히 시간을 갖고 재발사를 시도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면 장 센터장은 “보통의 국가들은 실패 후 최소 6개월 이상 시간을 두지만 북한은 최소 고장 원인만 파악하고 수주 내로 2차 발사를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이 처음에 예고한 6월 11일 이전에 또 발사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이 소위 위성 명목의 장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규탄했다. 백악관 NSC도 성명을 통해 “북한은 위성 발사라고 주장하지만 결국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과 연관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미·일 3국 북핵수석대표는 유선 협의를 하고 “북한의 추가 도발 시 국제사회의 단호하고 단합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3국 간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동현/맹진규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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