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상속세…정부가 넥슨 2대주주로

입력 2023-05-31 18:28   수정 2023-06-08 16:12


정부가 기업가치 25조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의 2대 주주가 됐다. 지난해 2월 별세한 김정주 넥슨 창업자 유족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NXC 지분 30%가량을 상속세로 물납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높은 상속세율로 인해 정부가 국내 최대 게임업체의 2대 주주로 등극하는 비상식적인 상황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NXC는 기획재정부가 올해 2월 전체 지분의 29.3%에 해당하는 85만2190주를 보유해 2대 주주가 됐다고 31일 공시했다. 물납은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상속세를 금전 이외의 부동산, 유가증권으로 내는 것이다. 세무당국의 가치평가를 거쳐 주무부처인 기재부로 물납재산이 이전됐다. NXC는 넥슨 본사인 넥슨 일본법인 지분 29.3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정부가 시가총액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그룹 지주사의 2대 주주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김 창업자의 유산이 10조원대 초반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NXC 주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유족이 내야 하는 상속세는 6조원대로 추산된다. 기본 상속세율 50%에 최대주주 할증(20%)까지 붙으면서 상속세율이 60%에 달했다. 상속세도 이건희 회장 유산 상속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삼성 일가 유족이 낸 상속세 12조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다.

현행 상속세 최고세율 60%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김 창업자 유족이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유족이 물납을 통해 가업을 승계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최대 게임업체가 중국 등 해외 자본에 넘어가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상속세 때문에 민간기업의 경영권이 해외 자본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상속세율을 낮추고 현행 유산세 방식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경민/이승우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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