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독일 북서부 중소도시 베쿰의 피닉스 시멘트 공장. 공장 내 원뿔 모양의 순환자원 저장고 문이 열리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인근 7개 폐기물 업체에서 배송된 순환자원이 시멘트 생산에 필요한 연료로 사용된다. 이 공장의 순환자원 사용량은 연간 6만5000t에 달한다.
시멘트는 광산에서 캔 석회석에 점토 등 부원료를 섞어 소성로에서 1450℃ 초고온 가열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일반적으로 회전식 원통형 가마인 소성로 안에서 가열할 때에는 주연료로 유연탄이 쓰인다.
하지만 독일 베쿰 피닉스 공장은 폐플라스틱과 폐타이어, 동물 육골분 등 순환자원이 유연탄 자리를 대체했다. 화석연료인 유연탄 보다 순환자원 사용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때문이다. 토어스텐 코츠워 피닉스 공장 엔지니어는 “순환자원 연료 사용률 100%”라고 강조했다.
지난 23일 찾은 아일랜드 키네가드의 브리든 시멘트 공장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의 순환자원 연료 사용률은 77%에 달한다. 톰 맥매누스 브리든공장 매니저는 “2006년부터 대체연료를 사용했다”며 “육골 사료뿐 아니라 주변 제약회사에서 나오는 폐기물 순환자원을 연료로 쓰고 있다”고 부연했다.
독일과 아일랜드 사례에서 나타나듯 유럽은 시멘트 생산 공정에서 순환자원 재활용은 대세로 자리잡았다. 한국시멘트협회 등에 따르면 유럽의 순환자원 재활용률은 52%에 달한다. 반면, 국내 시멘트산업에서 순환자원 재활용률은 전체 연료 중 35% 수준이다.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유연탄 사용 비율이 높은 편이다. 이에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우리나라도 시멘트 제조 공정에 순환자원 사용 비중을 늘려야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 시멘트 업체의 연간 생산량은 약 5000만t이다. 시멘트 1t 생산에 유연탄 0.1t이 필요한데 이러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0.8t이 배출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멘트 소성로의 순환자원(연료 및 원료) 사용량은 878만t으로 2017년(700만t)과 비교하면 약 25% 증가했다. 순환자원을 매립 또는 단순 소각하는 대신 시멘트 제조에 재활용하면 탄소 배출을 줄이고, 경제성을 잡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하지만, 국내 일부 환경 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순환자원 종류 중 중금속이 포함된 폐기물이 들어 있어서 대기오염물질 등이 배출돼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우베 마스 독일 폴리시우스 기술총괄책임자는 “1450℃의 초고온에선 다이옥신이나 프레온 가스 마저 다 파괴된다”고 반박했다. 맥매누스 브리든공장 매니저는 “환경 우려 없도록 정화장치를 설치했다”며 “지역에선 악취 관련 민감한 반응이 있지만 이 또한 나오지 않도록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터 호디노트 전 유럽시멘트협회장도 “전세계적으로 심지어 인분까지 연료로 사용한다”며 “다 태우고 남는 건 더이상 폐기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과학적으로 검증됐더라도 지역사회와의 소통은 필수라는 게 유럽 관계자들 설명이다. 코츠워 엔지니어는 “유연탄을 순환자원으로 바꾸기 전 수개월 간 주민을 설득했다”며 “배출되는 먼지 등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호디노트 전 회장도 “업계와 지역사회의 신뢰구축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베쿰·키네가드·런던=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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