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넷플릭스 인기작 ‘에밀리 인 파리’에서 주인공 가브리엘은 여느때와 다름 없이 식당에서 손님을 받는다. 셰프인 가브리엘은 눈치 채지 못했지만 그날 방문객 중 하나는 미쉐린 소속 평가원인 마리안. 마리안은 음식을 천천히 맛보더니 감탄하며 ‘스타(별)’를 줘야겠다고 평가한다. 마리안과 동행한 지인을 통해 이 소식을 전해들은 가브리엘은 뛸 듯이 기뻐하며 “드디어 꿈을 이뤘다”고 말한다.</i>
가브리엘과 같은 셰프들에게 ‘미쉐린 가이드’는 꿈과도 같다. 세계 미식가들이 주목하는 이 책자는 100년 넘는 역사를 보유하며 현재 전 세계 36개 국가, 51개 이상의 지역에서 레스토랑과 호텔을 선정해 매년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서울에 이어 부산광역시가 미쉐린 가이드 발간 도시로 선정됐다. 2016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 이후 7년 만이다.
부산시는 미쉐린 가이드 발행이 부산 관광 산업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글로벌 외식업계의 큰 트렌드는 지역화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음식으로 양분됐던 세계 외식 시장은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북유럽,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음식 등으로 다양해지는 추세다.
게다가 미식은 코로나19를 거치며 여행에서 꼭 경험해야 하는 가치가 됐다. 미식 문화유산을 여행 상품화하려는 도시 간 경쟁 또한 치열하다. 박형준 부산광역시 시장은 “부산을 국제적인 관광문화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음식문화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며 “미쉐린 가이드 발간은 부산시가 음식, 문화, 관광을 연계해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미식 관광산업을 육성하면 레스토랑 매출 증가뿐만 아니라 고용 창출, 농업 활성화, 글로벌 관광객 유치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손영호 부산관광공사 관광콘텐츠팀장은 “미쉐린 가이드 부산에 등재된 레스토랑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쉐린 가이드 평가원은 대부분 전직 셰프나 소믈리에 등 음식료업계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약 2년간 훈련을 거친 후 공통된 기준에 따라 고객의 입장에서 레스토랑과 호텔을 평가한다. 일반 고객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방식으로 예약을 한 다음 정당한 서비스 대가를 지불한다.
평가원들은 1년에 약 250회의 식사를 하고 호텔에서 160박을 보내며 600여 명을 만나 1000개 이상의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년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예년과 달리 등급이 낮아지거나 아예 추천 목록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미쉐린 가이드가 선정한 부산 지역의 레스토랑들은 서울편과 함께 내년 2월 말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현재 미쉐린 가이드 소속 익명의 평가원들이 서울과 부산의 레스토랑을 방문해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미쉐린 가이드가 제시한 평가 기준은 △요리의 수준 △요리의 완벽성 △요리를 통해 표현한 셰프의 창의적인 개성 △조화로운 풍미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는 일관성의 다섯 가지다. 엘리자베스 부쉐-앙슬랑 미쉐린 대변인은 “미쉐린 가이드에 고급 레스토랑만 등재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호텔이든 노포든 평가원들의 판단에 따라 ‘스타’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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