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자만 200명…해슬리 회원권은 '골퍼들의 로망'

입력 2023-06-01 18:40   수정 2023-06-02 00:39


매일 오후 5시가 되면 경기 여주 해슬리나인브릿지는 ‘골프의 고향’ 스코틀랜드가 된다. 이 시간마다 골프클럽 깃발을 내리는 의식을 치르는데, 배경 음악이 스코틀랜드 전통악기인 백파이프다. 이 깃발은 12시간 뒤 다시 게양된다.

해슬리가 굳이 백파이프 음악을 내보내는 건 유럽 정통 골프클럽 문화를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잡기 위해서다. ‘회원의, 회원에 의한, 회원을 위한’ 골프장에 충실하겠다는 얘기다. 그래서 회원들로 구성된 회원대표운영위원회의 결의 사항 등을 실천하는 게 이 골프장의 가장 중요한 미션이다. 명문 골프장은 회원들이 완성하는 것이라는 게 해슬리의 강한 믿음이다.

해슬리 회원권은 거래가 되지 않는다. 현재 회원(200명)과 맞먹는 사람들이 회원 자격을 얻기 위해 대기 중이지만, 최근 몇 년간 회원권을 반납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돈이 많다고 해슬리 회원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사회적 지위와 기여도 등도 고려하는 스코틀랜드 정통 클럽의 문화를 도입했다.

미국 명문 오거스타내셔널GC가 회원들에게 ‘그린재킷’을 건네듯이 해슬리는 회원에게 회색 재킷을 선물한다. 입회할 때 딱 한번 준다. 한국 최고 명문 골프장 중 한 곳의 멤버로 받아들여졌다는 점에서 아마추어 골퍼들의 로망으로 꼽힌다.

해슬리는 연회비를 걷는 국내 1호 골프장이란 타이틀도 갖고 있다. 회원들은 연 2000만~5000만원을 회비로 낸다. 이 돈은 주로 코스를 정비하는 데 쓰인다. 이런 일도 있었다. 해슬리는 2021년 연회비를 대폭 올리면서 “탈회를 원하면 지난 10년간의 연회비를 돌려주겠다”고 고지했다. 하지만 모든 회원이 연회비를 더 내는 데 동의했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회원이 국내 최고급 골프장의 멤버 자격을 유지하는 비용으로 판단한 것 같다”며 “10년 연회비를 돌려받아도 해슬리 수준의 골프장 회원권을 구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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