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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시장을 열어가고 있는 메타가 애플의 신제품 공개에 앞서 가상현실(VR) 헤드셋의 새 버전을 공개했다.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이 혼합현실 헤드셋을 공개하기 4일 전에 신제품을 살짝 소개하며 김을 빼려는 모양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최신 VR 헤드셋 '퀘스트3'를 처음으로 소개했다. 이전 버전인 퀘스트2보다 40% 가량 얇으며 퀄컴의 차세대 모바일 반도체 세트를 장착했다.
퀘스트3의 가격은 499달러부터 시작한다. 2020년 가을 출시됐던 퀘스트2의 가격이 299달러부터 시작했던 것에 비하면 200달러 가량 비싸진 것이다.
이 제품은 고해상도 컬러 혼합현실을 갖춘 최초의 헤드셋이라는 게 저커버그의 설명이다. 기존 VR 헤드셋을 착용하면 바깥이 보이지 않고 헤드셋 내부에서 영상을 보는 수준이었다면 이번에는 헤드셋 바깥의 실제 현실도 일부 볼 수 있도록 해 혼합현실을 구현한 것으로 보인다. 가상현실과 실제 주변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구현하기 위해 헤드셋 전면에 최소 3개의 카메라를 장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CNBC가 전했다.
메타는 이날 자료를 통해 "고해상도 컬러로 실제 모습도 볼 수 있도록 했으며 머신러닝과 공간 이해를 통해 가상 콘텐츠와 실제 세계를 상호 작용시켜 무한한 탐색 가능성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 설명했다. 회사는 퀘스트3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오는 9월27일로 예정된 '커넥트 컨퍼런스'에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2023년 하반기에 퀘스트3를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초 출시 일정보다 더 빨리 간략한 내용만 공개한 것은 다분히 애플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은 오는 5일 개발자회의인 WWDC를 개최한 자리에서 혼합현실 헤드셋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에서는 VR과 AR(증강현실) 기술을 결합한 헤드셋의 가격이 최소 3000달러 이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제품은 수십만개의 아이패드 앱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메타를 비롯한 몇몇 업체들이 VR, AR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은 아직 극초기 단계다. 메타의 리얼리티사업부는 지난 1분기에 3억39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39억90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만큼 매출보다는 투자가 절대적으로 많은 단계다.
수요도 감소하는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VR 헤드셋 판매가 11억달러로 전년 대비 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VR 헤드셋이 처음 나왔을 때 시장의 관심을 끌었지만 이후 기술 발전은 더디고, 헤드셋을 활용할 수 있는 앱이 기대보다 적게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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