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는 어제 노태악 선관위원장 주재로 위원회를 열어 감사원 직무감찰을 거부하기로 최종 입장을 정했다. “그동안 국가기관 간 견제와 균형으로 선관위가 직무감찰을 받지 않았던 것이 헌법적 관행이고, 이에 따라 직무감찰에 응하기 어렵다는 게 선관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라는 것이다. 선관위는 인사 사무에 대한 감사를 선관위 사무총장이 하도록 한 국가공무원법 제17조를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는 ‘헌법적 독립기관’이란 명분을 앞세워 외부 감사를 피하려는 꼼수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감사원은 즉각 자료를 내고 “선관위가 거부의 이유로 들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제17조는 인사 사무 감사를 배제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해당 조항은 행정부(인사혁신처)에 의한 자체적인 인사 감사 대상에서 선관위가 제외된다는 의미지, 감사원의 감사를 배제하는 규정이 결코 아니라는 얘기다. 감사원은 오히려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를 제외한 행정기관의 사무와 그에 소속한 공무원 직무’를 감찰 대상으로 규정한 감사원법 제24조에 따라 선관위에 대한 직무감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특히 “정당한 감사 활동을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행위는 감사원법 제51조에 따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혀 선관위를 상대로 고발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선관위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전수조사, 국회 국정조사, 수사기관의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의혹이 규명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권익위의 강제 조사엔 한계가 있고, 국정조사는 여야 간 정쟁으로 흐를 공산이 크다. 수사를 의뢰할 기관도 정해지지 않았다. 기왕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더해 4명의 선관위 퇴직 공무원 자녀가 각각 아버지가 근무하는 광역 시도선관위에 경력으로 채용돼 ‘일자리 세습’ 의혹까지 제기된 마당이다. 선관위가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려면 지금이라도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는 게 정도(正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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