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정유정(23) 씨의 휴대폰에서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은 내역이 하나도 확인되지 않아 충격을 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은둔형 외톨이' 상태가 범행의 배경이 됐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 역시 그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손수호 변호사는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취직 준비를 했지만 특별한 직업도 없이 쭉 5년간 무직으로 지냈고, 휴대폰 이용 내역을 봤더니 다른 사람과 연락을 주고받은 게 사실상 없었다"며 "즉 사회와 단절돼 있었다는 것이고, 교류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그러다 보니까 자신만의 관심 분야, 범죄물에 빠져 지내면서 상상 속에서 수천 번, 수만 번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고, 그 상상을 이번에 어떤 계기에서든 현실에서 실행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은둔형 외톨이 자체가 범죄로 연결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렇게 안 좋게 진행될 경우 끔찍한 범죄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사회적 유대관계 있는 사람은 설령 생각이 일시적으로 왜곡됐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서 바로잡을 기회를 갖게 된다"며 "하지만 단절된 사람들은 그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형사재판 양형 요소 중에 강한 사회적 유대관계가 있는지가 있다. 또 구속과 불구속을 따질 때도 유대관계가 어느 정도 있는지를 고려한다"고 부연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3일 YTN 뉴스라이더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그럼 다 살인범이 되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본인 자신에게 훨씬 위험한 행위를 많이 하는 편"이라면서도 "은둔형 외톨이가 범죄의 원인이었다고 얘기하기는 어려우나 100명이라면 1~2명 정도가 자신에게 발생한 사회적인 관계의 단절을 결국 문제 행동으로 폭발적으로 외연화하는 사람들이 정말 희귀하지만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보자면 이렇게 사회관계가 단절되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사회적인 부적응은 심화되니까 그것을 예방하기 위한 어떤 예방적 차원의 다양한 개입 과정이 국가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제공이 돼야 된다, 이것은 틀림이 없을 걸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1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살인·사체유기 혐의를 받는 정 씨의 신상을 공개했다. 정 씨는 과외 앱을 통해 "중학생 딸의 과외를 해달라"며 피해자 A 씨에게 접근해 지난달 26일 범행을 저질렀다. 앱을 통한 유대 관계 형성은 전혀 없었으며, 학부모인 것처럼 가장해 A 씨에게 접근했다. 이후 중고거래를 통해 교복을 사 입고 A 씨를 만났다.
범행은 A 씨 집에서 이뤄졌다. 그는 A씨가 실종된 것처럼 A 씨의 휴대폰, 신분증, 지갑을 챙기는 치밀함도 보였다. 정 씨의 범행은 혈흔이 묻은 캐리어를 숲속에 버리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택시 기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드러났다. 정 씨는 지난달 31일 경찰 조사 과정에서 "살인해보고 싶어서 그랬다"고 범행을 자백했다. 지난 2일 검찰 송치 과정에서는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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