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이 고위급 접촉을 재개하는 가운데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난달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관리인 번스 국장을 파견하면서 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번스 국장은 지난 5월 베이징을 찾아 중국 측 업무 상대를 만났으며, 정보당국간 소통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번스 국장의 중국행은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2021년 7월 톈진을 찾은 이후 최고위급 인사의 첫 중국 방문이다.
폴 핸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중국연구소 소장은 "번스 국장은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의 신뢰를 받고 있으며 중국 관리들도 잘 아는 인물로 물밑 교섭의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또 미 국무부는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4∼10일 중국과 뉴질랜드를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세라 베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대만 담당 선임국장과 함께 베이징을 방문해 양자관계 주요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국무부는 구체적인 현안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외교가에서는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의 방중 재추진과 관련한 진전이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미국 외교 수장인 블링컨 장관은 지난 1월 말 중국의 정찰풍선 사태 직후 예정했던 중국 방문을 취소했다. 그의 방중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찰풍선 사태 이후 단절됐던 미·중 고위급 대화가 재개되고 있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외사판공실 주임)도 지난달 10∼1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10시간 넘게 회동하고 양국 관계 현안 전반에 대해서 논의했다.
또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달 25∼26일 미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무역장관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각각 회동했다. 셰평 신임 주미 중국 대사도 지난달 23일 부임하면서 약 5개월간의 주미 중국대사 공백을 끝냈다.
이와 관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을 통해 미·중 관계가 곧 해빙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중국은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2∼4일) 계기로 한 미국의 국방수장 회동 제안을 거부하는 등 군사 채널 간 대화는 아직 단절된 상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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