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이 회사도 이런 주사로 유명한데요. 연어 주사로 알려진 '리쥬란 힐러'를 개발한 파마리서치 입니다. 파마리서치는 잘 몰라도 리쥬란 하면 아는 분 꽤 있습니다. 그만큼 요즘 피부과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어요.
파마리서치는 주사 이름 처럼 연어에서 추출한 물질을 활용해서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생산하는데요. 이 물질이 단순히 피부에만 좋은 게 아니라 인체 조직의 재생을 돕는 치료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어서 관절 주사, 점안액,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등. 별별 제품에 다 적용이 된다고 하죠. 또 중국이나 싱가포르 같은 나라에서 상당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수출도 많이하죠. 이번 주제는 연어 정액에서 금맥을 캔 파마리서치입니다.
파마리서치는 중앙대 약대를 졸업하고 대웅제약에서 개발팀장을 지낸 정상수 창업주가 2001년에 세운 회사에요. 이 분이 현재는 파마리서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데요. 대웅제약 관두고 처음 시작한 게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었어요. 이게 뭐냐면, 제약사가 약이 효능이 있는지 없는지 실험하기 위해서 임상이란 것을 하는데, 이걸 대신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거예요.
근데 이것 만으론 돈이 좀 안 돼서 해외 약도 가져다 팔아요. 이 분이 제약사 다녔으니까 약을 보는 눈이 당연히 있었겠죠. 한국에 아직 안 들어온, 그러면서 한국에서 잘 팔릴 것 같은 것을 발굴합니다. 이렇게 가져와서 판 약 중에 한 약이 정상수 의장 눈에 띄게 됩니다. 바로 이탈리아 마스텔리가 개발한 '플라센텍스'였어요.
플라센텍스는 송어 정액에서 추출한 물질인 PDRN, 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 또 PN, 폴리뉴클레오티드를 활용한 것인데요. 이게 세포 재생을 촉진하는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척추 디스크, 오십견, 엘보 같은 주로 정형외과 환자들에 처방하는 주사제로 개발된 게 플라센텍스였어요.
근데 가만 보니까 정상수 의장이 직접 만들수도 있을 것 같더래요. 이분 고향이 강원도 강릉인데요, 강릉은 우리나라 최대 연어 산란지죠. 매년 10월, 11월이면 연어가 강릉 남대천을 거슬러 오르는 게 장관을 이루는데, 이걸 보고 자란 정상수 의장이 송어와 비슷한 연어 정액에서 비슷한 것을 만들어 보자, 이렇게 생각하고 마스텔리를 찾아가 설득을 하게 됩니다. 연어로 해서 성공하면 우리가 아시아에서 사업할 수 있게 해달라. 유럽은 당신들이 어차피 하고 있으니까, 아시아는 우리가 해보겠다. 이걸 마스텔리가 받아 들여서 특허 문제가 풀리게 되죠.
정상수 의장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의 강릉 분원과 해양수산부 산하의 해양생물자원연구소도 끌어 들여요. 강릉으로 회귀한 연어가 일 년에 수 만마리나 되는데, 산란하고 죽은 연어들을 활용할 수 있다. 심지어 약이 된다. 이거, 들으면 얘기 되죠. 그렇게 공동으로 연구해서 2014년에 마침내 PDRN을 송어 대신 연어 정액에서 추출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렇게 해서 피부 이식으로 인한 상처 회복을 돕는 '리쥬비넥스', 눈의 각막이나 결막 손상을 회복시켜주는 점안액 '리안', 얼굴 주름 개선 주사제 '리쥬란', 무릎 관절 주사제 '콘쥬란' 같은 제품을 줄줄이 만들어 내게 됩니다.
연어 정액에서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이런 의약품, 의료기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개인적으론 정말 놀라운데요. 저만 그랬던 것 아닌것 같아요. 파마리서치가 상장할 때 난리가 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회사가 2015년 7월 코스닥 시장에 데뷔하는데요. 정말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어요. 우선 상장할 때 주식 가격을 얼마로 정할지, 이거 기관 투자자들 입찰 붙여서 정하는데. 경쟁률이 무려 728대 1이나 했습니다.
상장 주관사가 원래 최저 가격을 4만원으로 정했는데, 주문이 몰려서 이거보다 훨씬 높은 5만5000원에 주식을 팝니다. 근데, 상장 첫 날 주가는 얼마였느냐. 11만원을 넘겼어요. 공모가 5만5000원에 주식 받아간 사람들은 단 며칠 만에 두 배의 수익을 거둡니다. 상장하는 날 거래대금이 2500억원에 달했는데요, 당일 코스닥 시장 거래대금 1위에 올랐습니다.
굉장히 멋진 스토리를 갖고 있는 건 분명하죠. 연어 정액에서 뭔가를 추출했더니, 이게 세포 재생에 도움이 되고. 이걸 약으로 개발해서, 혹은 주사제로 개발해서 사람들을 젊고 건강하게 해준다. 근데 스토리만 멋있고 실적이 안 나오면 그건 거품잖아요. 언젠가 뻥 하고 터지는. 파마리서치는 어땠을까. 이게 파마리서치의 매출입니다. 2013년 177억원 했던 게 10년 만인 2022년 1947억원까지 늘었습니다. 11배가 늘었어요. 거품 아니죠.
이익도 한번 볼까요. 2013년 70억원쯤 하던 게 지난해 650억원까지 늘었어요. 놀라운 것은 이익률인데요. 작년 기준 영업 이익률은 33.8%. 이거죠. 우리가 기대하는 헬스케어 기업의 수익성. 이게 비단 작년에만 그랬던 게 아니라, 최근 계속 30%를 넘기고 있어요.
참고로, 한국에서 헬스케어 기업 '대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인데요, 작년 영업이익률이 32%였습니다. 매출 3조원, 영업이익 1조원 가량 했어요. 매출 차이는 좀 있지만, 수익성 면에선 파마리서치가 꿀리지 않네요. 작지만 강한, 우리가 소위 말하는 '강소기업', '히든챔피언'으로 불릴 자격이 있습니다.
파마리서치가 높은 수익성을 가져갈 수 있는 이유. 아까 말한 PDRN, 혹은 PN 물질. 이거 국내에선 파마리서치 말고 할 수 있는 기업이 사실상 없습니다. 특히 정형외과 쪽에선 콘쥬란이 독보적인데요. 혹시 인대 다쳐 보셨나요. 저는 무릎, 발목 인대 많이 다쳐봐서 경험이 많은데. 인대 다치면 정형외과에서 별로 해주는 게 없거든요. 깁스 해주고 최대한 쓰지 말라, 이게 다예요. 근데, 요즘 콘쥬란을 처방하는 병원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근골격계 질환으로 나가는 비용, 한 해 약 10조원에 달하는데, 콘쥬란이 이 시장을 노리고 있죠. 얼굴 주사는 연어 주사 말고 다른 대안이 많은데, 이쪽 분야에선 대안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얼굴 주사도 개선된 것을 계속 내놓고 있습니다. 연어 주사 리쥬란의 개량 버전인 리쥬란 HB 플러스를 2021년에 파마리서치가 내놨어요. 이건 마취성분 리도카인을 더한 것인데,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사실 연어 주사는 놓을 때 통증이 엄청나다고 해요. 피도 많이 나고. 근데, 이 개량된 제품은 훨씬 덜 아프다고 합니다. 이거 보통 한 번 맞는데 피부과에서 10만원쯤 받는데요. 덜 아프면 더 자주, 많이 맞을 가능성 있을 겁니다.
요즘엔 화장품도 팔아요. 요즘 화장품 트렌드가 내면의 아름다움. 주름이나 잡티를 가려주는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주름 잡티를 없게 하는 게 추세인데요. 피부 재생 성분을 넣었다고 하니까 인기가 좋아요. 피부과에서 연어 주사 맞고, 이후에 연어 화장품으로 관리하고.
이게 파마리서치 매출 구성인데요. 의료기기라고 되어 있는 게 주사예요. 이게 절반 좀 넘고, 의약품. 이건 상처 난 데 바르는 크림이나 눈에 넣는 안약 같은 건데요. 이게 23%. 그리고 화장품도 20%나 합니다. 회사가 제품 확장을 야무지게 잘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수출도 많이 한다고 해요. 연어 주사 리쥬란이 2020년부터 중국에 들어갔는데, 벌써 작년 기준 수출액이 200억원 가량 했어요. 한국에서 작년에 400억원 어치를 팔았는데, 그 절반에 달해요. 중국 파트너사가 팔아주고 있는데, 꽤 잘 파는 것 같죠. 올 하반기는 남미에도 수출할 계획이 있습니다.
화장품도 수출 많이 하고 있어요. 해외 매출 이미 200억원을 넘겼고요, 올해는 300억원도 넘길 전망입니다. 최근에는 면세점, 올리브영 같은 곳에도 들어갔는데, 중국 사람들이 한국 화장품 좋아하니까 많이 사갈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파마리서치는 더 성장하겠다는 욕구가 굉장히 강한 회사 같은게, 이런 제품 확장. 판매 지역 확장 말고. 인수합병, M&A 시도도 굉장히 많이 합니다. 2018년 보톡스 업체 바이오씨앤디를 인수했어요. 지금은 파마리서치바이오로 이름이 바뀌었는데요.
이 회사는 2019년에 '리엔톡스'란 보톡스 제품에 대한 수출 허가를 받아서 현재 중국 등 해외에 수출하고 있어요. 사실 보톡스는 상표명이고, 정확히는 보톨리움 톡신이라고 하죠. 흔히 보톡스로 불리니까 그냥 보톡스로 할게요. 이게 엄청난 독극물인데, 근육 이완 효과가 있어서 잘만 쓰면 주름도 펴진다고 해서 요즘 피부과에서 많이들 맞고 있습니다. 파마리서치바이오는 수출 만으로 지난해 125억원의 매출을 냈어요. 국내에서 팔 수 있게 되면 매출이 확 늘 가능성 높습니다. 기존 파마리서치의 안면 주사가 이미 피부과에 많이 들어가고 있는데요, 보톡스까지 끼워 파는 게 가능해 지겠네요.
또 미용기기,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메디코슨, 바이오 벤처 플루토 같은 회사들도 사들였어요. M&A에 진심인 게, 적대적 M&A까지 시도하고 있습니다. 씨티씨바이오란 회사 주식을 야금야금 사서 최대주주 자리를 놓고 지분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2023년 5월 11일 기준 지분을 13.62%까지 늘렸어요.
이민구 씨티씨바이오 회장 지분이 약 12% 수준 밖에 안되기 때문에 싸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대놓고 보유 목적에 '경영권 영향'이라고 써놓고 있습니다. 이민구 회장의 우호지분 다 더하면 21% 가량 하는데, 이걸 누르고 경영권을 가져갈 지 관심이 갑니다.
씨티씨바이오는 그럼 뭐하는 회사냐. 동물사료 첨가제, 동물 의약품, 의약품 원료 유통 같은 사업을 하는데요. 지난해 매출 1600억원, 영업이익 110억원을 거둔 알짜 회삽니다. 이 회사는 신약 개발도 하는데요, 발기부전 치료와 조루 치료를 동시에 하는 약에 대한 임상 3상을 마치고, 조만간 출시할 예정입니다.
아무튼, 이런 M&A 이슈가 있어서인지. 최근 주가가 폭등했는데요. 사람들이 실적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가 M&A 이슈가 터지니까 주식을 마구 사고 있어요. 보통 M&A 이슈는 피인수 기업, 그러니까 인수 당하는 쪽 주가가 많이 움직이는데요. 특이하게 파마리서치는 자기들 주가가 더 오르네요.
보통 바이오 기업, 헬스케어 기업 하면 돈은 못 벌고 꿈만 큰 경우도 많은데. 파마리서치는 꿈도 크고, 돈도 잘 벌고. 정말 모범적인 헬스케어 기업의 성장 경로를 밟고 있습니다. 정상수 의장이그랬다고 해요. 멀리 보고 연구개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 버는 캐시카우 제품을 제대로 안착시키고 난 뒤에 그 돈으로 연구개발 하는 게 우리가 지향하는 바다.
굉장히 실용적인 분인것 같고, 실제로 그렇게 기업을 경영한 것 같죠. 파마리서치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가 됩니다. 파마리서치,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하는 지 눈여겨 보겠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