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분석한 K클래식 비상의 원인은 설득력이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내 한국예술영재교육원 등 체계적인 영재 조기 육성 시스템, 금호·현대·LG 등 기업들의 활발한 메세나 활동, 자녀 교육을 위해 헌신적인 부모들의 교육열이 시너지를 낸 결과란 분석이다. 무엇보다 시칠리안 같은 한국인의 DNA가 K클래식 돌풍의 원천이란 분석이 흥미롭다. 시칠리아 사람은 유럽인 가운데서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거리낌이 없고 감수성이 뛰어나다고 한다. 예술에서 감수성은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비슷한 기량을 갖춘 연주자의 최종 우열을 가리는 경쟁력이기도 하다. 2017년 밴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연주자는 늘 신선한 감정 상태를 유지해야 좋은 연주가 나온다”고 했다.
성악가 김태한(바리톤)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아시아권 남성 처음으로 우승했다. 세계 성악 역사를 새로 쓰며 K클래식의 위상을 다시 한번 세계에 각인시켰다. 이번 콩쿠르에는 역대 최다인 412명이 지원했다. 12명이 오른 결선 무대에 한국인이 3명이나 포함됐다. 심사위원을 맡은 소프라노 조수미는 “한국의 문화적 위상이 높아졌음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피아노(임윤찬·밴클라이번) 바이올린(양인모·시벨리우스) 첼로(최하영·퀸 엘리자베스) 등 기악 부문을 휩쓴 K클래식의 돌풍이 성악 분야로 확산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내외 정치·경제가 어렵지만 K컬처는 예외다. K팝에 이어 K클래식에서 들려오는 잇단 낭보가 더욱 반가운 이유다. 뛰어난 감수성은 물론 열정, 끈기까지 갖춘 한국인의 DNA가 다양한 문화 영역에서 발현되기를 기대한다.
전설리 논설위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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