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시아서 中 수입 의존도 50% 이하로 '뚝'

입력 2023-06-05 18:25   수정 2023-06-06 00:46

미국이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저가로 사들이는 제조업 품목 중에서 중국산 제품의 비중이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까지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대중(對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여러 경제 안보 정책이 추진된 결과로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의 위상이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컨설팅기업 커니에서 매년 산출하는 ‘리쇼어링 지수’에 기반해 지난해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수입한 제품 중 중국산의 비율이 50.7%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커니는 미국 제조업 총산출 중 14개 아시아 역외생산국에서 수입하는 품목의 비율을 지수화해 매년 공개하고 있다. 저비용 국가에 한정된 수치로, 한국과 일본은 제외된다.

2013년까지만 해도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육박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2017년을 제외하면 매년 내리막길을 걸었다. 리쇼어링 지수 산출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커니의 패트릭 반 덴 보시 컨설턴트는 “올해 말까지 중국의 비중은 확실히 50%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수혜국은 베트남이었다. 미국의 베트남 수입 의존도는 지난 5년간 2배, 10년간 3배로 높아졌다. 베이징 대외경제무역대학(UBIE)의 세계무역기구(WTO) 연구소장인 투신취안은 “기업들이 중국 외 지역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면서 베트남과 같은 나라들이 이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인도, 대만, 말레이시아 등 다른 국가들도 비중을 키웠다.

이 같은 흐름은 컨테이너 물동량에서도 감지됐다. 캐나다의 물류솔루션 업체 데카르트에 따르면 미국 전체 컨테이너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3월 기준 31.6%로, 정점을 찍은 지난 2월(42.2%) 대비 크게 낮아졌다. 같은 기간 인도와 태국의 점유율은 4.1%, 3.8%로 이전보다 높아졌다.

기업들의 ‘탈(脫)중국’ 현상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관세장벽을 주축으로 한 보호주의 정책이 추진되면서 본격화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자국 제조업 부흥을 기치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및 과학법 등이 추진되면서 중국과의 ‘분리’ 작업은 더욱 가속화했다. 반 덴 보시 컨설턴트는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 부문에서 미국은 중국 투자를 노골적으로 줄이고 자국과 (인접국인) 멕시코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짚었다.

경제 정책뿐 아니라 양국 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리스크를 피하려는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한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에서 노동력이 줄어들면서 임금을 포함한 생산 비용이 오른 것도 한몫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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