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4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에서 대대적인 공세를 감행했다. 올초부터 준비해온 ‘대반격’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에서 지원받은 전차, 장갑차 등을 통해 전황을 단번에 바꿔놓겠다는 계획이다. 기후와 러시아군 내부 사정 등도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조건으로 갖춰졌다. 다만 공중 전력이 열세인 만큼 우크라이나 측도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대규모 공세’ 주장에 대해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 우크라이나군은 4일 텔레그램에 “작전은 침묵을 좋아한다. 시작 신호는 없을 것”이라는 글을 게재하며 조용하게 반격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올해 초부터 준비해온 대반격의 시작이라는 평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기다려온 반격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양측은 공세 결과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놓았다. 러시아는 5개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모두 격퇴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군대는 250명 이상, 탱크 16대, 기계화보병전투차량 3대, 전투장갑차 21대를 잃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은 “군이 루한스크주 스바토베 도시로 400m가량 진격하고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남부 일부 지역도 수복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북쪽 일부도 되찾았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바그너그룹은 러시아군을 비난하며 반목 중이다.
CNN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부에서 공작원을 육성해 러시아 본토를 드론 공격할 준비도 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남서부의 칼루가주엔 5일 드론 두 대가 추락했다.
우크라이나는 기세를 몰아 올해 3~4월 무렵 ‘봄철 대반격’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의외의 변수가 생겼다. 전황을 담은 미국 측 기밀 문건이 올초 대거 유출된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무기 지원도 지연됐다.
우크라이나가 다시 공세에 나선 것은 기후 조건, 서방의 지원, 러시아 측의 내부 분열 등 복합적인 상황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우선 겨우내 얼었던 땅이 3~4월 녹아 진흙탕이 되는 ‘라스푸티차’ 현상이 끝나고 땅이 말랐다. 전 국토의 80%가 흑토(黑土)이고 비포장도로가 대부분인 우크라이나에서는 이 시기 병력을 이동하기 어렵다. 러시아군도 지난해 2월 침공 당시 라스푸티차로 인해 전차·장갑차 등의 이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5월 내내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 자포리자와 헤르손 지역의 땅이 바싹 말라붙었다고 전했다.
서방의 군사 지원도 무르익었다. 우크라이나는 2월 이후 폴란드, 노르웨이, 스페인 등에서 독일제 레오파르트2 전차 48대를 지원받고 레오파르트1 전차 178대를 수입했다.
이렇게 서방의 지원을 받아 창설한 부대가 반격의 선봉에 섰다. 바로 우크라이나 47기계화여단이다. 이 여단은 독일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연합군으로부터 최신식 훈련을 받았고 미국산 브래들리 장갑차 등 최신 무기를 갖췄다. WSJ는 이 여단이 최근 최전선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군의 약점으로 꼽히는 공중 전력을 보강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한 F-16 전투기는 가을이나 겨울이 돼야 투입이 가능할 전망이어서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