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이 뷰티 인플루언서 이사배 씨와 협업해 새 브랜드 ‘투슬래시포’를 지난 2월 론칭한 것이 당시 뷰티업계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기술력, 마케팅 역량 등 모든 분야에서 국내 최고라는 자부심이 강한 아모레퍼시픽이 인플루언서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면서까지 협업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 브랜드는 출시 초기 일부 고객이 모든 품목을 싹쓸이하는 일이 벌어졌다.
SNS를 통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플루언서는 이제 유통·소비재 업종의 판을 뒤흔드는 ‘큰손’으로 부상했다. 코로나19 유행을 기점으로 플랫폼 비즈니스가 폭발한 것이 이런 흐름을 가능하게 한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5일 글로벌 마케팅 분석업체 인플루언서마케팅허브에 따르면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세계 마케팅 시장 규모는 2016년 17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164억달러(약 21조8000억원)로 커졌다. 올해는 211억달러(약 28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이름값을 믿고 뛰어드는 라이브커머스(라이브방송) 시장도 급격히 성장하는 추세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라이브방송 시장 규모는 2020년 3조원에서 올해 8조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라방은 인플루언서의 인기가 높아지며 함께 성장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유통·소비재 기업은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막강해지면서 상품 기획부터 마케팅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펼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이 올해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빅모델 대신 해외 인플루언서를 통한 마케팅만 진행하는 게 그런 사례다.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을 유인하는 데 현지에서 친숙한 인플루언서를 내세우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면세점들이 올해 ‘부활’에 절치부심 중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승부수라는 게 유통업계의 시각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플루언서가 마케팅을 넘어 기획·개발 등 기업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모든 단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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