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 계승"…이병철·구인회 생가 관광코스 개발

입력 2023-06-05 18:31   수정 2023-06-13 16:24


정부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구인회 LG그룹·허만정 GS그룹,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의 생가를 관광 코스로 개발한다. 국내외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함께 기업가정신을 고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5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범정부 ‘서비스산업발전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이 같은 방안을 보고했다. 현재도 지방자치단체가 이들 창업주의 생가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관광 코스로 개발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병철 창업주의 생가는 경남 의령군 정곡면, 구인회·허만정 창업주의 생가는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 조홍제 창업주의 생가는 경남 함안군 군북면 동촌리에 있다. 모두 ‘부자바위’로 알려진 의령의 ‘솥바위(鼎巖·정암)’ 20리(약 8㎞) 안쪽에 있다. 솥바위는 물에 잠겨 있는 부분이 솥의 발처럼 발이 세 개 달린 형상이다. 조선말에 한 도인이 ‘바위의 다리가 뻗은 세 방향 20리 내에 세 명의 큰 부자가 태어날 것’이라고 예언했다는 전설이 있는데, 삼성·LG·효성 창업주가 이 인근에서 태어났다. 문체부 관계자는 “관련 지자체 세 곳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어 문체부가 관광 프로그램 개발을 돕거나 스토리 관광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의령·진주·함안 '창업주 마을' 관광명소로 뜬다
경남 진주시와 함안군, 의령군은 2010년대 중반부터 솥바위와 삼성·LG·효성 창업주 생가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금도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이 ‘부자 기운’을 받아가겠다며 솥바위를 찾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들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이곳을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창업주 생애 스토리텔링 등을 통한 관광 프로그램도 지원할 예정이다.

예부터 ‘부자마을’로 유명한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은 대표적인 관광코스로 만들 계획이다. 김해 허씨와 능성 구씨가 300년 넘게 모여 살아온 마을이다. LG 공동 창업주인 구인회·허만정 회장도 이 마을에서 태어났다. 옛 지수초교는 국내 굴지의 기업인 30여 명을 배출한 학교로 유명하다. 현재 학교는 폐교되고 K기업가정신센터가 들어서 있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구인회 창업주, 조홍제 효성 창업주가 이 학교 1회 졸업생이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구태회 LS 창업회장 등 범LG가(家) 기업인들도 이 학교를 졸업했다.

이와 함께 문체부는 경북 경주에 있는 동궁과 월지(신라 별궁), 조선 왕실 발상지인 전북 전주 경기전을 전통 콘텐츠로 육성할 계획이다.

경복궁 같은 전통문화 명소를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유적지 사용·촬영 허가 제도를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럭셔리 브랜드 구찌가 지난달 연 ‘경복궁 패션쇼’ 같은 행사를 더 늘려 해외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지금까지는 궁과 능을 여러 명이 사용하거나 두 곳 이상 이용하기 위해선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문화재위원회의 별도 심사를 받아야 했다. 허가에만 1개월 이상 걸렸다. 앞으로는 두 곳 이상의 궁·능을 사용해도 별도 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 야간 사용 시에도 주간과 마찬가지로 사용 인원 300명, 촬영 인원 60명 이내라면 별도 심사 대상에서 제외한다. 지금까지는 야간에 사용할 경우 사용 인원과 촬영 인원 기준이 각각 200명, 30명 이내였다. 한국민속촌과 부산 영화의전당 등 지역 관광명소는 마이스(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장소로 육성한다.

외국인 관광객의 관광 편의를 개선하기 위해 사후면세 기준을 완화한다. 2027년까지 세금 환급(택스 리펀드)이 가능한 사후면세점을 1000개 늘리기로 했다. 지난달 말 기준 1만8000여 개가 등록된 사후면세점 중 세금을 즉시 환급받을 수 있는 매장은 3600여 곳이다. 외국인의 사후면세가 가능한 1회 최소 거래액은 3만원에서 1만5000원으로 낮추고, 사후면세점의 도심 환급 1회 구매액 한도는 5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상향한다.

정부의 이 같은 방안은 서비스 산업을 내수는 물론 수출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비스산업발전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서비스 산업을 수출 산업으로 육성해 서비스 수출을 현재 1300억달러에서 2027년 2000억달러까지 확대하고, 세계 10위 서비스업 수출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TF 공동 팀장인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에서는 외국인 투자 유치가 경쟁 노출의 수단”이라며 “서비스 산업의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경민/송영찬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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