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나홀로 100만 배럴 추가 감산…OPEC+ 회원국과 불화설도

입력 2023-06-05 11:20   수정 2023-07-03 00:01


사우디라아라비아가 하루 100만 배럴(bpd) 추가 감산 방침을 발표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는 기존 감산 규모를 내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을 놓고 다른 회원국과 의견 충돌을 빚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러시아 "사우디와 이견 없어"
4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OPEC+는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례 장관급 회의 후 낸 성명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7월부터 한 달간 추가로 하루 100만배럴의 원유 생산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OPEC+ 주요 산유국은 지난 4월 결정한 자발적 감산 기한을 내년 말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부터 50만 배럴을 자발적 감산했던 러시아도 내년 말까지 이 방침을 연장하기로 했다.

OPEC+는 성명에서 이 같은 결정이 "세계 원유 시장의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OPEC+ 회원국은 앞서 지난해 10월 200만 배럴 감산에 합의했다. 또 지난 4월에는 일부 회원국이 116만배럴 규모의 자발적인 추가 감산을 깜짝 발표해 시장을 놀라게 한 바 있다.

당시 감산을 결정한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50만배럴), 이라크(21만1000배럴), 아랍에미리트연합(UAE·14만4000배럴), 쿠웨이트 (12만8000배럴), 카자흐스탄 (7만8000배럴), 알제리(4만8000배럴), 오만(4만배럴) 등이다.

사우디는 지난달부터 50만배럴 자발적 감산에 들어갔는데 이번에 추가로 감산을 결정했다.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정을 '사우디 롤리팝'이라고 표현하고 "우리는 항상 우리의 약속을 지켜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감축 기간을 7월 이후로 연장할 지 여부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취재진을 만나 "원유 생산 방침을 결정하는데 사우디와 이견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아프리카 회원국과 의견 충돌

이번 회의 결과를 두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를 떠받치기 위해 감산 부담을 온전히 떠안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주도로 산유국들이 100만배럴 추가 감산 부담을 나누는 안이 논의됐지만 다른 산유국들의 반발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WSJ에 따르면 OPEC+ 회의를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장관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는 하루 전 아프리카 회원국 대표자들을 자신의 호텔로 불렀다. 압둘아지즈 장관은 이들에 생산량 할당을 줄일 것을 요구했지만, 동의를 얻지 못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아프리카 회원국 중 나이지리아와 앙골라는 코로나19 여파로 생산량 목표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추가 감산을 결정하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OPEC+ 회의는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의견 충돌이 많은 회의 중 하나였다고 WSJ은 평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처럼 감산을 원하는 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경제 성장을 이끌어가려면 국제유가가 80달러 선에서는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지오반니 스타우노보 UBS 애널리스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생산량이 900만 배럴로 떨어지는 건 세계적인 불황이 없는 상황에서 매우 낮은 것"이라며 "그들은 그들이 말하는 '시장 안정'을 원한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하루 최대 석유 생산량은 1200만배럴에 달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원하는 것처럼 국제 유가가 상승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4월 OPEC+의 깜짝 감산 결정에 국제 유가가 80달러 선을 웃돌긴 했지만 다시 70달러대로 떨어졌다.

컨설팅회사 라피단에너지그룹의 밥 맥낼리 회장은 "단기적으로 유가는 의지의 시험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면서 "유가 안정을 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추가 하락에 베팅하는 트레이더 간의 전쟁이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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