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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모펀드(PE) 시장에서 경영학석사(MBA)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학위 취득에 2년을 쓰는 것보다 현장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것이 경력 개발 측면에서 더 낫다는 인식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하버드대?예일대?펜실베이니아대의 2024년 MBA 과정 지원자 수가 10~15%가량 감소했다.
대다수 투자 인력이 MBA 과정을 단념하는 이유는 비용 부담에 있다. MBA 프로그램 전문 컨설팅 회사인 클리어어드밋에 따르면 지난해 MBA 진학을 고려했던 1500여명 중 절반 이상이 비싼 학비를 이유로 지원 계획을 접었다. 유력 PE들의 스카웃 채용이 빈번한 일류 대학들의 경우 MBA 학위를 따는데 드는 비용이 총 20만달러(약 2억6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히 소수의 PE들만이 학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오랜 기간 MBA는 투자 업계에서의 ‘성공 공식’을 완성하는 핵심 퍼즐이었다. PE 시장에선 대학 재학 기간에 투자은행(IB)이나 인수?합병(M&A) 전문 회사에서 인턴 과정을 밟은 뒤 졸업 후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같은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 관례였다. 얼마간 경력을 쌓은 뒤 다시 학교로 돌아가 MBA를 수료하면 부사장급으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이 높은 확률로 담보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MBA 교육 과정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월가를 뒤덮었다. 책상 앞에 앉아 머리로만 쌓은 지식보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온몸으로 체득한 경험이 더 가치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배터리 벤처스, 비스타 에쿼티 파트너스 등 일부 투자 회사들은 채용이나 승진 평가 과정에서 석사 학위를 요구하지 않으면서 업계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이들 회사는 학력보다 실제 경험과 다양한 배경에 가중치를 더 준다. 이를 통해 더욱 유연한 채용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비스타의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데이비드 브리치는 “직접 해 본 경험이야말로 최고의 교훈”이라며 젊은 금융가들이 업무 능력을 쌓는 데는 기업 견습 프로그램이 MBA보다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비스타의 여러 고위직들도 이를 통해 승진 기회를 얻었다는 설명이다. 브리치 본인도 석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는 “주니어 인재 관리 전략 수립 과정에서 학부생 또는 IB 업무 경험이 있는 사람을 최우선 고려 대상으로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MBA 없이 C-레벨에 도달한 금융인들도 여럿 관찰된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조나단 그레이 사장 겸 COO, 뉴욕 기반 PE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조셉 배?스콧 너톨 공동 최고경영자(CEO), 글로벌 컨설팅 회사 하이드릭앤스트러글스의 존 루비네티 파트너 등이 성공 사례다. 루비네티는 “PE 시장의 ‘X팩터(묘사하기는 힘들지만 성공에 필수적인 요소)’는 석사 학위가 아니라 스스로를 차별화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승진 가도 진입에 성공하면 비용적 측면에선 훨씬 이득이다. 유력 투자회사의 임원들은 연 35만달러(약 4억6000만원)를 벌어들이기 때문이다. WWSJ는 “MBA를 선택하면 2년간 약 100만달러어치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라고 짚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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