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투자처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더 중요합니다.”
이규홍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자금운용관리단장(CIO·57·사진)은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학연금 자금 운용의 핵심은 중장기 전략적 자산 배분 기준을 지키는 원칙 있는 투자”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CIO는 2019년 10월부터 24조6075억원(지난 4월 기준)에 달하는 자금을 굴리는 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을 이끌고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생명 증권사업부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이 CIO는 NH-아문디자산운용 자산운용부문 총괄과 아쎈다스자산운용 대표를 지냈다.
이 CIO는 3년 6개월간 자금운용관리단을 이끌며 자금 운용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그가 추구하는 방향은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원칙을 지키는 투자다. 5년 단위로 중장기 자산 배분 계획을 세우고 이에 따라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이 CIO는 “과거에는 투자 요청이 왔을 때 좋은 투자처인지를 우선 검토했다면 지금은 우리의 중장기 자산 배분 계획에 맞는지를 먼저 본다”며 “목표 포트폴리오와 현재 포트폴리오를 비교하며 투자 비중을 조절하는 등 시스템적으로 자금 운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중장기 전략적 자산 배분 아래서도 상황에 따라 단기 전술적 자산 배분을 유동적으로 활용한다. 이 CIO는 “지난해 4분기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섰을 땐 재빨리 해외 채권 투자 비중을 줄이고 국내 채권을 늘렸다”며 “큰 틀에서 포트폴리오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자본시장의 시그널을 빨리 확인하고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CIO의 원칙을 지키는 투자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 CIO가 자금 운용 프로세스를 개선한 뒤 사학연금은 2020년 11.45%, 2021년엔 11.9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악화되면서 -7.75%의 아쉬운 수익률을 냈지만 올해는 8.27%(4월 말 기준)의 수익률을 내며 선방하고 있다.
이 CIO의 올해 투자 포인트는 국내 채권 투자 비중 확대다. 그는 “2021년까진 저금리 기조 아래 채권 투자 비중을 축소하고,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를 늘렸지만 올해는 금리가 치솟은 만큼 국내 채권 투자에 힘을 실을 계획”이라고 했다. 사학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29.6%인 국내 채권 투자 비중을 올해 34.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대체투자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투자 다변화를 통한 수익률 개선이 목표다. 현재 14.3%인 해외 대체투자 비중은 2027년까지 19.0%로 확대할 계획이다. 사학연금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할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 CIO는 이번 운용사 선정의 키워드로 ‘밸류업’과 ‘저(低) 레버리지’를 꼽았다.
그는 “좋은 기업을 싸게 살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기 때문에 적정가에 사더라도 밸류업을 잘 할 수 있는 운용사가 필요하다”며 “고금리 시대인 만큼 과거 트랙 레코트를 살펴 상대적으로 레버리지를 적게 쓰면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굴린 운용사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관/차준호 기자 pj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