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공개되지 않은 중요한 정보를 알게 된 ‘내부자’의 유가증권 거래는 자본시장법에 의해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그럼에도 2020년 51건(46%), 2021년 77건(71%), 2022년 56건(53%)으로 한국거래소가 적발한 전체 불공정 거래(미공개 정보 이용·시세조종·부정거래) 건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적발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적발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탓이다. 미공개 정보 이용뿐만 아니다. 금융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통보한 불공정 거래 행위 중 기소가 이뤄지지 않은 비율이 2016~2020년 55.8%에 이른다. 재판을 받아도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받는 비율은 59.4%(2020년 기준)에 그친다. 잘 잡히지 않고, 잡힌다고 해도 벌금 몇 푼 내면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많다. 이러니 ‘걸려도 남는 장사’라는 얘기가 나온다.
증권 불공정 거래는 수많은 개미투자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자본시장의 신뢰를 파괴한다. 선진국일수록 중대 범죄로 가중 처벌하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증권 범죄를 저지르면 패가망신한다’는 인식이 박힐 정도로 처벌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몇 년만 버티고 여유로운 삶을 보내겠다’는 그릇된 한탕주의를 예방할 수 있다. 미국에서 미공개 정보 이용 범죄가 드문 데엔 주요 주주는 증권 매도신고서를 사전에 감독당국에 의무 제출해야 하는 공시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실정에 맞는 내부자의 사전 거래계획 제도 도입 등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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