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를 사회는 흔히 ‘사회 부적응자’ 또는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 ‘비효율의 끝판왕’으로 여긴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세상의 잣대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거기에 자신을 지나치게 맞추려다 심리적 탈이 나는 경우가 대다수다. 부적응이 아니라 과(過)적응인 셈이다.
세상과 단절된 이 청년들도 탈출구를 갈망하고 있다. 작년 말 서울시의 은둔·고립 청년 실태조사에서 “현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중(55.7%)이 절반을 넘었다.
기자가 최근 서울의 은둔·고립 청년을 위한 쉼터 ‘두더집’ 소모임(‘비잉방’)에서 만난 청년들은 실제로 밖에 나가고 싶어서 이제 막 용기를 낸 이들이었다. 희귀병 때문에 직장을 얻지 못해 홀로 10년간 외롭게 지냈다는 박모씨(32), 학창 시절 따돌림을 당한 최모씨(29), 엄한 부모님 때문에 친구들을 사귀지 못했다는 김모씨(26) 등은 모두 저마다의 상처 때문에 오랜 기간 마음에 빗장을 걸어둔 채 지냈다.
부모와의 관계 단절이나 악화가 외톨이 생활의 시작이 된 경우가 많은 탓에 이들은 가정 외 다른 공동체에서 지지받기를 원한다. 세상으로 나가기 전 사회생활과 실패를 경험해볼 수 있는 두더집 같은 공간이 이들에게 중요한 이유다. 한 청년은 기자에게 “모든 사람에게 가정과 학교가 안전한 공간은 아니다”며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외부 공동체가 도움이 된다”고 털어놨다.
매주 금요일 두더집의 밥모임에는 전국에서 청년들이 찾아온다.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지지를 받는 경험이 절실한데 지역엔 이런 공간이 없어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청년 정책에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정부 차원의 지원 사업은 이제서야 첫발을 떼는 중이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올해 처음으로 전국의 은둔·고립 청년 실태를 조사할 예정이다. 이들에게 ‘실패해도 괜찮다’고 등을 두드려줄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안전지대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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