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앞둔 상황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에 이어 논쟁이 예상된다.
정우택 국회 부의장(국민의힘)은 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장이 관할 구역의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달라고 고용노동부 등에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근로자가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받는 경우에는 지자체장이 임금 수준을 보전하게 했다. 보전 비용은 정부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및 지방소멸대응기금(인구 감소지역 한정) 등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그동안 산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기업의 임금 지불 능력과 소득, 물가 수준 등이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란 이유에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시장에서 퇴출당한 저임금 근로자에게 재취업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장도 논거로 사용됐다.
하지만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된 뒤로 지역에 따라 최저임금이 차등 적용된 적은 없다. 지역 낙인효과, 지역균형발전 저해 등의 이유가 발목을 잡았다. 현행 최저임금법에 담겨 있는 업종별 차등 적용도 최저임금 제도가 처음 도입된 1988년 단 한 차례 시행됐다. “제도 도입 취지가 무력화할 것”이라는 노동계 반발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한국과 달리 해외에는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국가가 많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일본은 47개 지자체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한다. 47개 지자체는 네 등급(A·B·C·D)으로 나뉜다. A등급은 임금 지급 능력이 우수한 지역으로, 높은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미국은 연방법, 주법, 카운티 조례에 따라 최저임금을 지역별로 세세하게 분류한다.
정 부의장은 “인구소멸 위험지역의 경우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수도권보다 더 많이 지급할 수 있도록 해 인구 유인을 유도하려는 게 법안 취지”라며 “인구 유출과 일자리 수요·공급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지역별 차등 적용을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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