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상향으로 한시적으로 연금을 받지 못한 세대는 근로소득을 높여 '연금 공백기'에 대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빈곤율이 높아지거나 소비가 위축되는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앞으로도 높아질 가능성이 큰 만큼 고령층의 고용 연장, 부분연금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길어지는 연금 공백기에 대한 대응 방안'을 주제로 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KDI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62세로 상향 조정된 1957년생과 61세로 유지된 1956년생 가구주가 61세 시점에서 얼마만큼의 소득을 벌고 소비하는지 비교했다. 1998년 1차 연금개혁에 따라 2013년부터 2035년까지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60세에서 65세까지 5년마다 1세씩 높아진다.
조사 결과 56년생 가구주 가구 대비 57년생 가구주 가구에서 61세 시점의 공적연금소득이 223만원 감소했지만, 근로소득은 513만원 증가하며 공적연금소득 감소분을 충분히 보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 공백기가 발생했지만 근로소득 증가분이 공적연금소득 감소분을 웃돈 것이다.
57년생 가구주 가구의 소비지출 감소폭도 크지 않았다. 연간 총 소비지출이 19만원 감소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는 연금 공백기에 근로소득이 늘어나면서 가처분소득을 방어하고 소비활동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비 지출 비중이 높은 가구는 근로소득을 충분히 늘리지 못했다. 가구주가 아프거나 아픈 가구원에 대한 돌봄 부담이 큰 가구에선 일터로 나가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의료비 지출 비중이 작은 가구(중위수준 이하)에선 56년생 가구주 가구에 비해 57년생 가구주 가구의 연간 근로소득이 824만원 증가한 반면 의료비 지출 부담이 큰 가구(중위수준 초과)에선 근로소득이 156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연금 공백기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향후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KDI는 "재정 안정성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추가적인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상향이 논의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선 67세까지 상향 조정할 것을 건의하고 있어 연금 공백기가 더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직무 중심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고용 연장을 유도하고 재취업 지원 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기본연금액의 일부를 조기에 수급할 수 있게 하는 부분연금제도의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면서 "장년층이 은퇴 시기까지 점진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여나가거나 가교직업으로 이동할 때 부족해지는 근로소득을 보충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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