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공식별구역은 자국 영공으로 접근하는 타국 군용기를 조기에 식별하기 위해 설정하는 임의의 선이다. 영토와 영해의 상공으로 구성되는 영공과는 다른 개념이지만, 타국 방공식별구역으로 진입할 땐 해당 국가에 미리 비행계획을 제출하고 진입 시 위치 등을 통보하는 것이 국제적 관행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수년 전부터 이런 관행을 깡그리 무시하고 제집 안방 드나들 듯이 카디즈를 유린하는 횟수를 늘리고 있다. 중국 국방부는 “중·러 양국 군의 연간 협력 계획에 근거해 연합 공중 전략 순찰을 실시했다”고 했다. 카디즈를 훈련 뒷마당으로 삼기 위한 양국의 계획적 도발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숨은 의도는 분명하다. 북한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응하는 한·미·일 안보 공조 강화가 이뤄진 직후에 카디즈에 진입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한·미·일을 동시에 견제하고, 이에 맞서 북·중·러 대결 구도를 뚜렷하게 만들어내겠다는 속셈에 다름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도발 시도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가 중·러에 발목 잡혀 또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난 판이다.
신냉전 체제 가속화로 북·중·러 밀착은 이렇게 더 강화되고 있다. 북한이 무슨 도발을 해도 중·러는 뒷심이 돼줄 것이다. 북한은 이를 믿고 도발 강도를 더 높여갈 게 뻔하다. 이는 고스란히 거센 한반도 안보 풍랑으로 다가온다. 한·미·일 동맹과 우방의 안보 결속을 더 단단히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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