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을 선언하면서 노정 대화 창구가 사실상 닫히게 됐다. 정부의 주 52시간 근로제 개편과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등 노동개혁 드라이브로 쌓인 노동계 불만이 폭력시위를 벌인 한국노총 산하 산별노조 간부 체포를 계기로 분출되는 양상이다. 경사노위 최종 탈퇴 여부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에게 위임되면서 추후 한국노총과 정부 간 치열한 물밑 교섭이 예상된다.
이번 참여 중단 선언으로 최저임금위원회 등 다른 사회적 대화 논의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위 불참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지난 5일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최저임금 산정) 책무는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구속된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 김모씨는 최저임금 근로자위원 아홉 명 가운데 한 명이다. 게다가 근로자위원들이 강경 기조를 띠면서 최저임금 협상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용노동부는 입장문을 통해 “한국노총이 정부의 법과 원칙에 따른 정당한 법집행을 이유로 경사노위에서의 사회적 대화를 중단했다”며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경사노위도 위태로워졌다. 사회적 대화 무용론이 재차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인수위원회에서도 폐지론이 제기된 바 있다. 친노동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출신인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을 임명했지만, 5년간 도출한 노사정 합의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이번 사회적 대화 중단으로 여당이 경사노위 같은 사회적 대화체보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같은 전문가집단을 중심으로 하는 노동개혁에 확신을 가질 것”으로 전망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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