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관점에서 바라 본 초등 의대반 [양이천의 기사회생]

입력 2023-06-08 10:52   수정 2023-06-08 14:43

지난달 23일, 모 TV 프로그램에서는 초등학생까지 번진 의대 광풍 현상을 다뤘다. 초등학교 4~6학년부터 의사가 되기 위해 의대반을 다니며 선행 학습을 했다. 초등학교 5학년이 중학교 수준의 수학을 넘어 고등학교 수학을 배웠다. 고학년의 선행학습을 한 초등학생의 수학 실력은 어느 정도였을까. 놀랍게도 해당 학생은 본인 학년의 수학 시험에서 20점을 맞았다. 사실상 낙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은 한 달에 백 만원 이상, 일년에 천만원이 넘는 돈을 자녀 교육에 쏟아 부었다. 더 암울한 현실은 의대에 진학할 수 있는 학생은 전체의 1%가 되지 않는다. 2023년 대한민국의 의대 정원은 3058명.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약 44만 명이다. 전체 인원 중 0.6%만이 의대에 입학할 수 있다. 12년이라는 시간, 그리고 막대한 교육비를 투자해 의대 진학만을 목표로 하는게 과연 옳은 일인지 자본주의자 관점에서 의문점이 들었다.



사랑으로 하는 자녀 양육의 범위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투자 활동으로 이뤄진다. 투자는 미래의 수익을 기대하며 현재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예외가 있으니 바로 자녀를 키우는 부모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태어난지 한참이 지나도록 부모로부터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음식을 먹고, 잠을 자고, 옷을 입는 의식주 활동은 부모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일로 여겨진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한 가지 활동이 추가되는 것이 있다. 바로 사교육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교육단계별 및 소득수준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에 따르면, 대한민국 학생 1명에게 들어가는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이다. 연간 약 5백만원이 들어가고, 12년의 정규 교과과정을 마치면 원금만 6천만원이 지출된다.

자녀에게 의식주를 제공하는 것은 사랑으로 하는 부모의 의무다.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하거나 지저분한 환경에서 살게 되면 당장 건강에 문제가 생기고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에서 제공하는 교육 이외에 지나친 사교육은 분명 의무가 아니다.

사교육비의 기회 비용
투자에는 언제나 기회비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기회비용은 내가 하나의 선택을 하면서 포기한 곳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다. 오늘 5천원짜리 커피를 마셨다면, 그에 대한 기회비용은 ‘5천원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무언가’가 된다. 이런 계산을 하지 않고 투자를 한다면, 흔히 말하는 ‘묻지마 투자’가 된다. 앞서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이었다. 12년 동안 학교를 다닌 금액은 원금만 6천만원이다. 만약 사교육을 시키지 않고, 그 돈으로 S&P500 지수에 투자했다면, 그림 1처럼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시점에 1억원이 넘는 금액을 가지고 된다. 설사 수익률이 조금 낮은 5%에만 투자하더라도, 그림 2와 같이 졸업 시점에 8천만원을 가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교육비를 줄이는 대안
공부를 하지 말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학업을 성취하는 과정은 자기효능감을 가진 사람이 한 명의 개인으로 성장하는 것을 확인하기 좋은 수단이다.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시험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요즘 나와 있는 인터넷 강의도 방법이겠다. 월평균 비용이 10만원을 넘지 인강으로 사교육의 욕구를 채운 뒤 자녀와 상의해 그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는 방법이다. 혹시 이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EBS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EBS의 강사진 역시 모두 학교 선생님들을 활용한다. 15년 전에 내가 공부하던 시절에도 EBS 강의만 듣는 친구들이 있었다. 누구 못지 않게 열심히 공부한 그 친구는 연세대학교와 육군사관학교를 동시에 합격했고, 군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육군사관학교에 진학, 현재 소령으로 군 복무 중이다.

자식 사교육은 내 노후가 아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사교육 시장에서 살아남는 사람은 극소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최상위권 학생들을 위해 나머지 90%가 넘는 아이들이 그 판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모든 학생들이 다 학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현실은 학원에, 과외에, 특강까지 어른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학습노동에 쏟는게 지금의 학생들이고 과거의 나였다.

우리 부모님은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당신들의 노후자금을 희생하셨다. 언제 올지 모르는 20년 뒤의 미래보다 지금 당장 자녀의 성적 향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신 것 아닐까. 그러면서 가끔 하던 말씀이 “이천이랑 이빈이가 우리 노후대책이지”라고 하셨다.

운이 좋게도 나는 서울 상위권 대학을 들어갔고 대기업에서 또래 기준으로 상위 10% 안에 드는 근로 소득을 받았다. 그러나 나 하나 살기도 벅찼다. 주위에서도 나만큼 버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 역시 자신의 몸 하나 간수하기 바빴다. 어버이날이나 생신 때 드리는 용돈 수준으로는 절대 부모님의 노후를 감당할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부모님은 지금까지 일을 하실 수 있는 건강과 일자리를 가지고 계신다.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자식 교육으로 노후를 보장받겠다는 투자는 실패하셨다.

투자의 원칙 ‘돈을 잃지 않는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2년 4분기 가계동향’에서 말하는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3만 3천원이다. 자녀 1인당 평균적인 사교육비가 41만원이었으니 자녀가 1명 있는 집은 8.5%, 자녀가 2명
있는 집은 17%를 사교육비로 쓰이는 셈이다.

많은 부모님들은 자식에게 어떻게 학원을 안보내냐고 반문한다. 남들도 다 하는데 우리 아이만 안시킬 수 없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혹은 집에서 아이가 맨날 게임하거나 아이돌 영상만 보고 있는 걸 가만히 바라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워런 버핏의 투자 원칙 두가지를 소개한다.

제 1원칙. 돈을 잃지 않는다.

제 2원칙. 제 1원칙을 잊지 않는다.

양이천 님은 금융 스타트업의 공동 창업자이자 마케터로, LG전자와 자산운용사에서 근무했지만, 퇴근 후 느껴지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창업한 케이스다. 5천만명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겠다는 꿈을 위해 오늘도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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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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