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는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외환딜러가 고액 연봉을 받는 것은 그만큼 외환시장이 비효율적이라는 얘기”라며 “외환시스템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면 수출 기업에 엄청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 국제금융센터 등에서 외환운용 전문가로 일한 그는 높은 수수료 등 해외 결제의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해 2017년 트래블월렛을 창업했다. 실시간 환율로 외화를 충전한 후 사용하는 선불 방식 해외 결제 모델을 개발했지만, 금융권의 벽은 높았다. 방대하고 복잡한 데이터와 네트워크 때문에 은행들도 카드 결제 방식을 바꾸는 게 어려웠다. 그는 “외환시장을 좀 아는 사람 열에 아홉은 안 되는 사업모델이라고 했다”며 “똑똑한 사람 중에 제일 멍청해서 창업했다”고 했다.
하지만 글로벌 카드 결제에서 스위프트(국제은행간통신협회) 역할을 하는 비자와 손잡으며 트래블월렛은 2020년 아시아 핀테크 가운데 최초로 비자카드 발급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클라우드 기반 실시간 외환 운용이 가능한 기술력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게 해외여행 ‘필수 아이템’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트래블페이 카드다. 무료 결제수수료, 최저 환전 수수료를 내건 이 카드는 마케팅 비용 하나 없이 입소문만으로 지난달 발급 150만 장을 넘어섰다.
트래블월렛은 고객 수수료로 돈 버는 플랫폼이 아니다. 김 대표는 “핀테크 플랫폼이 고객 수수료로 돈을 벌려고 하면 90%는 망한다”며 “내가 찾은 답은 고객에게는 수수료를 안 받고 해외 가맹점에서 수수료를 받아 소폭 이익을 남기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한 트래블월렛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서비스는 시작일 뿐이다. 궁극적으로는 금융사, 빅테크, 일반 기업 등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지급결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트래블월렛은 지난달 비자와 공동으로 클라우드 기반 기업 간 거래(B2B) 지급결제 솔루션을 선보였다. 지급결제뿐만 아니라 계좌 기반 월렛 서비스, 입출금 및 자산관리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한다.
그는 “금융시장은 타자기, 인터넷에 이어 클라우드라는 세 번째 대변혁을 겪고 있다”며 “통신산업과 함께 큰 시스코, 인터넷에 올라탄 오라클처럼 트래블월렛은 클라우드 금융시장과 함께 크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0년 뒤면 트래블월렛이 클라우드 결제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글=허란/사진=임대철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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