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최저임금 또 올리면 문 닫아야"…벼랑 끝 백반집 사장의 한탄

입력 2023-06-09 17:49   수정 2023-06-10 00:35

“경기 풀리면 다시 부를게. 미안하다.” 인천의 한 공업단지 인근에서 직원 2명을 두고 백반집을 운영했던 A씨가 올초 직원 한 명을 내보내며 한 말이다. 손님은 줄었지만 재료비, 가스비, 전기요금, 인건비는 A씨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업소 사정을 빤히 아는 직원은 ‘해고 통보’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A씨는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으면 한 명 남은 직원마저 내보내야 한다”며 고개를 떨궜다.

턱 밑까지 물이 찬 것에 비유되는 높은 최저임금이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아우성에도 노동계의 막무가내식 인상 요구는 변할 조짐이 없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무려 24.7% 오른 1만2000원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사업주의 지급 여력이 날이 갈수록 줄고 있다는 점이다. 월평균 영업이익이 종업원 인건비보다 낮은 소상공인이 늘어나는 게 그 증거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GS25, CU,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사의 점포 10곳 중 3곳은 점주가 매일 8시간씩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보다 더 적은 이익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의 ‘전형’으로 불리는 편의점은 영세업체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편의점 운영에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50% 넘는 까닭에 최저임금 수준이 존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서다. 실제로 최저임금이 16.4%나 껑충 뛴 2018년에는 편의점 폐점 수(1767곳)가 전년 대비 47.3%나 급증했다.

과도한 최저임금의 폐해는 편의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자영업자는 사업장에서 최고임금을 받는 종업원보다 소득이 적을 경우 해당 직원의 임금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내야 했다. 이런 자영업자가 2017~2021년 100만4583명에 달했다. 그 수도 2017년 16만4000명에서 2020년 24만2000명으로 급증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매년 20만 명씩 ‘알바’보다 못 버는 ‘사장님’이 배출된 셈이다.

버거울 정도로 치솟은 최저임금이 곳곳에서 ‘경보음’을 울린 지 오래다. 누적된 경고를 무시하고, 또다시 최저임금이 크게 뛴다면 ‘경기가 풀리면 직원을 다시 부르겠다’는 백반집 사장님의 약속은 지켜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마지막 직원을 내보내고 내년에는 아예 폐업하지 않을까”라는 혼잣말하는 A씨의 풀 죽은 모습이 계속 눈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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