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원격의료의 현주소(1~3)에서 살펴본 것처럼 일본은 정보기술(IT)에 의료 서비스를 접목한 원격의료로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고 있다. 과제도 많다. '디지털 후진국'이란 오명을 들을 정도로 부실한 디지털 인프라가 역시 최대 장애물이다.
2021년 4월 기준 원격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이 17%, 온라인으로 처방전까지 발급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0.6%에 그쳤다. 정보통신기술(ICT)에 대한 진입 장벽 때문에 원격의료 이용자 가운데 70세 이상 고령자의 비율은 4%에 그쳤다.
특히 고령자의 온라인 결제는 도저히 무리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시골에 사는 일본의 고령자 대부분은 현금만 쓰기 때문이다. 나가사키현 고토시를 비롯한 일본 7개 기초 지자체가 올해 1월부터 간호사가 동승하는 형태의 이동식 원격의료를 시작한 이유다.
원격의료를 완전히 자율화했는데도 보급이 더딘데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다. 일본에서 원격의료를 받으려면 앱 사용 수수료 330엔을 포함해 880엔(약 8600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변화에 소극적인 일본인들의 의식도 한몫한다. 코로나19가 수습될 수록 원격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의 증가율은 둔화하고 있다. 통원이 자유로워지면서 기다리더라도 병원을 직접 찾는 환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규제도 원격의료 보급을 지체시키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드론으로 처방약을 배송하는 방식은 원격의료의 완결판으로 평가받는다. 환자가 진료를 받고 약을 찾느라 집을 나설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드론 처방약 배송을 실현시키려면 두가지 장벽을 넘어야 한다. 현재 일본 법률상 드론은 인간의 거주지 위를 비행하지 못하고 개인 소비자에게 처방약을 배송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드론 배송 전문 기업 소라이이나는 운송 경로를 해상과 항구로만 짜고 있고, 약품을 병원과 약국에만 배송한다. 내륙에 거주하는 주민은 드론 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안전을 위해 필요한 법이지만 원격의료를 완결시키기 위해서는 뛰어넘어야 하는 규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원격의료의 벽을 일본에서는 대기업들이 나서서 허물고 있다. 나가사키현 고토시와 나가노현 이나시 등 7개 지역에서 이동식 원격의료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는 모네테크놀로지라는 모빌리티 전문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도요타자동차와 소프트뱅크그룹이 2018년 공동으로 설립했다. 소라이이나 역시 도요타자동차 계열 종합상사인 도요타통상이 100% 출자한 회사다.
스카이링크라는 회사도 드론을 이용한 의약품 배송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스카이링크는 일본 최대 항공사인 ANA(전일본공수)의 사내 벤처기업이다.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인 NTT도코모와 대형 제약사인 다케다제약 등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나 벤처기업이 원격의료를 주도하면서 인프라 개선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대기업 덕분에 규제 완화도 한결 수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정부는 이미 드론의 거주지 상공 비행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고 있다.
나가사키 고토열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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