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보니 최근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실시되는 '사전점검 행사'를 기점으로 예비 입주민과 시공사 혹은 시행사 간의 다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원자잿값 상승으로 준공 자체가 미뤄지거나 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현장들도 속속 발생하고 있다. 예비 입주자들은 모임을 결성해 지자체에 항의하기도 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사전점검 이후 분양권에 되레 웃돈(프리미엄)이 붙고, 예비 입주자들이 홍보를 자처하는 아파트가 있다. 부동산 관련 카페나 커뮤니티에는 "조감도가 현실이 될 줄 몰랐다", "아파트에 에버랜드와 아난티 호텔이 있다", "샹들리에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저기 달려 있다", "리조트 아파트가 이런 것이라는 게 실감이 난다" 등의 소감이 넘쳐난다. 예비 입주자들에게 아파트를 공개하고 인증샷이 넘쳐난다는 그곳. 1년 7개월 만에 최대 입주 물량(4만2870가구)이 쏟아지는 이달에 전체의 11.2%를 차지하고 있는 아파트인 인천 서구 '검암역 로열파크씨티'(4805가구)에 다녀왔다.
단지는 1단지(2379가구)와 2단지(2426가구)로 구성된다. 두 개 단지의 규모가 비슷한 만큼 전체적인 조경의 조화나 커뮤니티 시설 등도 비슷했다. 알록달록한 학교와 붙어있는 2단지의 후문으로 들어가니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다. 에버랜드 사파리월드와 캐리비안베이를 축소판으로 옮겨놓은 듯한 놀이터였다. 코끼리, 얼룩말, 홍학 등의 동물 조형물들이 큼직하게 자리하고 있고 양동이에 물이 차면 밑으로 쏟아지는 워터풀 버킷과 물대포, 바닥분수까지 시원하게 물을 뿜어내고 있었다. 학교에 가기 싫고 집에 들어오기 싫어할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검암역 로열파크씨티에는 테마가 각기 다른 놀이터가 1·2단지에 각각 6개씩 총 12개가 있다.
이러한 시공이 가능한 건 부문별로 시공사를 달리했기 때문이다. 시행사인 DK아시아는 아파트 건물 시공을 대우건설이 하도록 했지만, 조경과 놀이터 등 테마 부문은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에 시공을 맡겼다. 설계 및 콘셉트 디자인, 고유의 컬러조합, 각종 조형물·예술품 조달 등은 DK아시아가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분양 당시 생소했던 '리조트 아파트'가 가능했던 것도 시행사가 주도해 전체 현장을 지휘했기 때문이다.
'리조트', '휴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자연과 휴식, 캠핑, 물놀이, 조식뷔페 등이 있다. 검암역 로열파크씨티에는 휴가 때 리조트에서만 즐길 수 있는 활동들이 모두 가능하도록 준비됐다. 여기에 같은 시설이라도 들어가는 장비나 자재 등을 고급화했다. 대표적인 곳이 수영장이다. 그리스 신전이 연상되도록 꾸민 수영장이다. 1단지는 미니워터 파크가 설치되며 2단지는 워터파크와 25m 길이의 3개 레인을 갖춘 수영장이 조성됐다. 천장에는 샹들리에가 붙어 있다. 수영장에는 아난티 수영장에서 사용하는 핸드메이드 타일이 붙어 있다.
입주민들을 위한 식사도 제공된다. 인천에서는 처음으로 아파트에 풀무원푸드앤컬처가 입점해 샐러드바, 카페, 패스트푸드 등 취향에 따라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한다. 단지마다 영화관도 있다. 대나무숲으로 둘러싸여 별동으로 마련된 게스트하우스도 볼거리다.
야외 시설도 못지않다. 차를 마시며 휴식을 즐길 수 있는 티하우스와 티카페 6개를 조성했다. 주변으로는 분수와 폭포가 흐르고 대형 기린가족 조각상과 말 조각상이 여유를 더한다. 야간에는 조명까지 어우러져 운치를 더할 전망이다. 황금사철·화살나무·사철나무가 계단처럼 3단으로 식재된 점도 독특하다. 메타세쿼이아, 블루엔젤, 배롱나무 등도 일찌감치 뿌리를 내렸다.
가족끼리만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파고라와 텐트다. 이 또한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설치됐다. 파고라는 돔형태의 투명한 '돔파고라'가 있다. 낮에는 내 집 앞에 멋진 조경을 감상하고 밤에는 밤하늘의 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돔파고라 안에는 디자인 소파인 빈백이 설치돼 편안한 자세로 쉴 수 있다. 모닝글로리 파고라와 어니언 파고라는 놀이터나 공원 주변에 있어서 그늘을 제공한다. 나무데크만 있는 일반적인 아파트와는 다르게 이 단지에는 인디언텐트와 돔텐트 등이 32개의 데크에 모두 들어간다.
밤이 되면 아파트는 빛으로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DK아시아가 국내 조명전문가 그룹과 협업을 통해 개발한 조명들이 반짝이기 때문이다. 일단 단지 안으로 입장하는 문주(門柱)부터 남다르다. 문주의 길이는 280m, 높이는 11m에 달한다. 1·2단지의 상징인 103동과 203동 옥탑에는 폭 40m의 길이의 옥탑 구조물 '로열 그랜드 게이트'에 조명이 켜진다.
포도송이가 달려 있는 듯한 대형 포도등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측벽에는 입면 특화조명이 쏴진다. 물이 있는 수공간에는 은하수 조명이 켜진다. 연결녹지에는 다양한 이미지가 바닥에 펼쳐지는 '고보 조명'(바닥이나 건축물에 문구나 그림을 비추는 장치)이 자리한다. 단지 안팎의 가로등과 볼라드 조명, 방음벽, 버스정류장에 이르기까지 DK아시아는 고유의 디자인을 적용했다.
이처럼 단지 구석구석에 힘을 준 이유는 DK아시아가 주변에 아파트를 잇달아 공급할 예정이어서다. 검암역 로열파크씨티는 일종의 시범단지이자 '시즌1'의 개념으로 아낌없이 투자했다는 게 시행사 관계자들의 얘기다. 당초 꽃·나무 100만주를 심을 계획이었지만 실제로는 140만주가 식재됐다. 공사비 또한 1000억원 이상 추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DK아시아는 검단3구역에서 총 2만1000가구 중 첫 번째 아파트인 '왕길역 로열파크씨티'를 오는 10월 분양할 예정이다.
한편 예비 입주자들을 비롯한 주변 주민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원당동의 A공인중개사는 "사전점검 후에 입소문이 나면서 웃돈이 급격하게 올랐다"며 "집주인들이 눈높이를 올리면서 중형의 경우 1억원 이상이 붙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용면적 59㎡ 집주인이 집을 보고 와서 웃돈 3000만원을 올린 경우 있다"며 "펜트하우스 매물은 1단지만 나와 있는데, 웃돈이 6억원가량"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올해 초부터 거래가 본격화되더니 5월에는 그야말로 터졌다"며 "웃돈이 더 붙기 전에 선점하려는 매수자들이 몰리면서 팔릴만한 물건들은 많이 빠졌다"고 전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에서 거래된 분양권 거래 건수는 올해 들어 500건을 넘었다. 지난 5월에 신고된 거래 건수만 140건으로 나타났다.
인천=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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