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오늘 하려나 해서 잠결에 놀라 검색했어요. 아무것도 안 나와서 얼마나 안도했는지 몰라요"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뉴스에 이름을 올리자, 많은 시민들이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시위 일정을 검색하는 일이 있었다. 과거 '지하철 시위'로 인해 출근길에 열차 운행이 지연되는 등 고충이 떠오른 까닭이다.
9일 검색량 지표인 구글 트렌드의 최근 7일간 지표에 따르면 8일 오전 7시 '전장연' 검색량이 100을 기록했다. 이처럼 최근 출근 시간 전 전장연을 검색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현상이 확인된다.
최근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에서 전장연을 언급하면서 '지하철 시위' 공포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다시 떠오른 탓으로 풀이된다. 전장연 관련 검색어 1위는 '전장연 시위 일정'이었다. 이어 '전장연 요구 사항', '장애인 이동권', 공동대표인 '박경석'이 순위권을 차지했다.
앞서 지난 5월 전장연은 8월 셋째 주까지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전장연은 "서울시와 휴전 기간 협의에 따라 1호선 출근길 지하철에 탑승하지 않고 차가운 승강장에서 기다린다"고 공지했다. 실제 그 이후 전장연은 출근길이 아니라 서울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앞 농성장이나 역 내부에서 기자회견과 시위 등을 벌여왔다.
최근 국민이힘 특위가 연일 전장연을 저격하면서 관련 논란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9일 특위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재임한 지난 10년 동안 전장연이 약 1400억원의 보조금을 불법 지급받았다고 밝혔다.
하태경 특위 위원장은 이날 특위 4차 회의에서 "시에서 보조금을 줄 때는 정치적인 곳은 빼는데, 전장연은 극단적 정치 활동 시위에도 참여했으나 지원을 받았다"며 "또 (박 전 시장이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사업상) 집회·시위 참석도 일자리로 인정해주면서 (전장연이 장애인 관련 사업을) 독점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하 위원장은 전날에는 전장연이 서울시 보조금을 받아 '교통방해 시위' 참여자들에게 일당을 지급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예고하며 전장연 측과 공방을 펼쳤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7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하 의원이 이야기한 것은 전형적인 짜깁기, 왜곡, 조작, 편집"이라며 "전장연은 보조금을 받는 단체가 아니라고 수없이 얘기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그는 하 위원장이 전장연을 폭력단체로 규정한 데 대해 "마틴 루서 킹이 전과가 30범이 넘는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마틴 루서 킹 목사는 흑인 차별에 맞서 투쟁한 미국의 대표적인 인권 운동가로 꼽힌다.
이에 하 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지자체 보조금 받아서 불법 시위에 유용했다는 것이냐"면서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자신을 마틴 루터 킹 목사에 비유한다. 정말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이해가 안 된다"라고 설전을 이어갔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