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정유정(23)의 신상공개 사진을 두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머그샷(범인을 구금하는 과정에서 촬영하는 사진)을 공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범죄자 머그샷 공개법' 추진이 탄력받고 있다.
10일 국회의안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피의자 신상 공개 시 과거가 아닌 현재의 인상착의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긴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 개정안이 7건 발의됐다.
각 개정안에는 피의자 얼굴 공개가 결정된 시점으로부터 30일 이내의 모습을 촬영해 공개하도록 한다거나, 필요한 경우 수사 과정에서 취득하거나 촬영한 사진·영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피의자가 직접 얼굴을 공개할 때도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리는 조처를 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현재 경찰은 피의자 신상 공개가 결정됐을 때 통상적으로 신분증 사진을 공개하고 있는데, 매번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촬영한지 오래됐거나 보정이 된 사진을 공개하는 게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정유정은 지난 1일 증명사진이 공개됐다. 하지만 고교 동창들마저 공개된 사진으로 그를 알아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었다. 아울러 정유정은 포토라인에 섰을 때도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해 얼굴을 꽁꽁 숨겼다.
역무원을 스토킹하다 서울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전주환의 얼굴이 공개됐을 때도 경찰이 공개한 증명사진과 포토라인에서 찍힌 얼굴이 너무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밖에도 택시 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한 이기영이 머그샷 촬영을 거부, 실제 모습과 증명사진이 크게 차이가 났음에도 송치 시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가려 논란이 됐다. 전 남편을 살해 후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고유정도 2019년 긴 머리를 이용해 얼굴을 가린 일명 '커튼 머리'를 하고 나왔다.
국민의힘은 관련 법 개정을 거쳐 범죄자 머그샷 공개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여당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찰에 의해 공개되는 사진은 주민등록용 사진이 대부분인 데다, 이마저도 포토샵 등의 변형이 가해져 실물과 차이가 큰 만큼 이번 정유정 사건을 계기로 신상공개 제도의 실효성 확보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 간 공감대가 상당 부분 형성되고 있는 만큼, 법사위는 이 문제를 조속히 논의해 국민의 알 권리를 실효적으로 보장하고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을 도모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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