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평소 여유 자금을 증권사 계좌에 예치하다가 적절한 종목이 나올 때 투자한다. 요즘처럼 주가가 단기 급등할 땐 손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투자금을 증권사 계좌에 넣어두는 기간이 많다. 이런 A씨도 최근엔 증권사 계좌에 놀리는 돈이 한 푼도 없다. 은행 예금만큼 안전하면서도 연 3%가 넘는 수익을 내는 ‘파킹형’ 상품을 알게 돼서다.
여유 자금을 단기간에 굴려 추가 수익을 내는 파킹형 투자가 인기다. 고금리로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서 환매조건부채권(RP), 머니마켓펀드(MMF) 등 파킹형 상품의 기대 수익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품들은 대개 연 3%가 넘는 이자수익을 준다. 연평균 0.5%에 불과한 증권사 예탁금 이자를 크게 웃돈다.
또 다른 파킹형 상품인 무위험지표금리(KOFR)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시가총액은 1월 초 3조3686억원에서 7일 4조3517억원으로 29% 증가했다. 파킹형 계좌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도 68조6257억원으로 연초(약 58조원) 대비 18% 늘었다.
파킹형 투자가 급증하는 이유는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파킹형 상품과 증권사 예탁금의 이자율 차이가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의 예탁금 이용료율은 키움증권(연 0.25%), 한국투자증권(0.4%) 등 연평균 0.5% 안팎에 그친다. 파킹형 상품 수익률(3~4%)과 비교하면 최대 10배 차이 난다.
증권사 관계자는 “살인적인 물가를 고려할 때 증권사 계좌에 돈을 방치하면 사실상 손실을 보는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RP, KOFR 등 파킹형 상품에 돈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RP는 투자 구조상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고, 손실이 나더라도 증권사가 100% 떠안는 구조로 돼 있어 사실상 무위험 상품으로 불린다”고 말했다. MMF도 초단기 우량 채권에 투자하고 수시 입출금이 가능해 현금성 자산으로 간주된다.
RP는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도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 MTS 통합 검색창에서 ‘RP’를 검색하거나 ‘RP 탭’으로 이동하면 된다. RP는 만기에 따라 3~3.6% 수익을 제공한다. 만기에 따라 수시형, 7일형, 15일형, 60일형 등으로 나뉜다.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올라간다.
중도 해지 시엔 약정 이자가 아닌 1.7% 수준의 이자만 지급한다. 중도 해지하더라도 0.5% 수준의 예탁금 이용료보다 세 배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는 셈이다. RP를 사고파는 것이 귀찮으면 RP 자동투자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메리츠증권은 예수금을 장 마감 후 RP에 자동으로 투자해 새벽에 매도하는 ‘슈퍼365계좌’를 출시했다. 기대수익은 연 3.15%다.
우리 증시에 네 종류의 KOFR ETF가 상장돼 있다. KODEX KOFR금리액티브가 시가총액 3조5908억원으로 가장 크다. TIGER KOFR금리액티브가 6287억원으로 두 번째다. 거래 규모가 작으면 매도 시 원하는 가격에 팔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MMF ETF의 대표주자는 ‘KBSTAR 머니마켓액티브’다. 3개월 이내 단기 채권 및 기업어음(CP)에 70~80%, 정기예금 등 현금성 자산에 20~30% 투자한다. 총보수가 연 0.05%로 낮아 일반 MMF 대비 수익이 높다. 회사 측이 제시한 기대수익률은 연 4% 수준이다.
달러 예탁금은 RP와 KOFR의 달러 버전인 ‘담보부조달금리(SOFR)’ ETF를 통해 운용할 수 있다. 달러를 보유한 투자자를 겨냥한 상품인데 환손실 위험에 노출돼 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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