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곤 HD현대건설기계 사장(사진)은 지난 9일 경기 성남 HD현대 글로벌연구개발센터(GRC)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굴착기 역사는 이제 반세기에 달하지만 국내 기업을 모두 합쳐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아직 9위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사장은 한국 건설기계 역사의 산증인이다. 공정 혁신을 이끈 선구자로도 통한다. 그는 부산기계공고를 졸업한 뒤 1977년 삼성중공업 1공장에 생산직으로 입사했다. 이후 볼보건설기계,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거쳤다.
그는 거치는 회사마다 ‘일일 결산제’ ‘공정 일정표’ ‘생산라인 합리화’ 등 아이디어를 냈다. 실제 생산성 증가로도 이어졌다. 그 덕분에 승진과 이직을 거듭했다. 볼보건설기계 재직 시절엔 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기간을 3개월에서 3주로 줄였다. 이를 기반으로 당시 회사의 유럽시장 점유율을 4%에서 14%까지 끌어올리며 업계에서 ‘스타’로 떠올랐다.
최 사장의 공정 혁신을 눈여겨본 인물은 권오갑 HD현대 회장이었다. 권 회장의 요청으로 2021년 HD현대건설기계에 글로벌공장혁신실장(부사장)으로 입사했다. 그는 지난해 말 인사에서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다. 권 회장이 최 사장에게 한 주문도 “생산 혁신을 주도해달라”는 것이었다.
최 사장은 HD현대건설기계로 자리를 옮긴 후 한 달 만에 울산공장에 200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그는 “울산공장에 가 보니 당시 두산인프라코어 인천공장보다 생산성이 낮았다”며 “그동안 한국의 주요 건설기계 회사에서 익히고 습득한 모든 생산 공정 혁신을 쏟아붓겠다고 임직원들과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 결실이 현재 공사 중인 울산캠퍼스다. 공장을 가동하면서 공사를 병행 중이다. 최 사장은 “내년 완공인 울산캠퍼스는 ‘건설기계 글로벌 톱5’로 도약하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며 “연 9000대인 굴착기와 휠로더 등의 생산 규모를 1만5000대까지 끌어올리고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생산 효율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사장은 요즘 울산에 ‘올인’하고 있다. 그는 “정주영 창업회장께서 울산에 조선소를 지을 때보다 지금은 훨씬 좋은 조건 아니냐”며 “사람, 기술, 자금 세 가지가 갖춰줬는데 못 할 일이 뭐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최 사장은 공정 혁신을 우선으로 추진하는 이유로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해지는 한국 현실도 고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건설 현장이 있고, 고객이 있더라도 공장 인력이 부족해 사업이 어려워지는 시기가 올 텐데, 스마트팩토리보다 더 진화한 자동화 공정을 이뤄내는 게 장기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최 사장은 새로 만든 HD현대건설기계의 BI(브랜드 아이덴티티)인 ‘Comfort Intelligence’를 소개했다. 그는 “직원 및 고객 800여 명과의 인터뷰 및 설문에서 나온 회사 제품 이미지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였는데, 이를 탈피하기 위한 첫 시도”라고 말했다.
김재후/김형규 기자 hu@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