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12일 양형위원회를 열어 기술 유출 범죄의 양형기준 변경 등을 논의한다. 현재 양형기준은 해외로 기술을 빼돌린 범죄의 형량을 기본 징역 1년~3년6개월, 가중 처벌할 경우 최장 징역 6년으로 정해두고 있다. 국내 유출은 기본 징역 8개월~2년이고 가중 처벌해도 최장 4년에 그친다.
현행법에서 규정한 형량보다 오히려 낮다는 지적이 많다.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국가 핵심 기술을 해외로 유출한 사람은 3년 이상 징역, 일반 산업기술을 국내로 빼돌리면 10년 이하 징역형을 받는다.
이렇다 보니 법정에선 법에 규정된 것보다 가벼운 형량을 받는 일이 잇달았다. 대검찰청의 ‘기술 유출 범죄 양형기준에 관한 연구’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8년간 기술 유출 관련 범죄로 재판(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496명 중 실형 사례는 73명에 그쳤다. 실형을 받더라도 평균 형량이 징역 12개월에 불과했다. 집행유예의 평균 형량은 징역 25개월이었다.
미국 반도체기업 인텔로 이직을 준비하던 중 최첨단 3㎚(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과 관련한 기밀을 외부로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직원 또한 지난 3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산업계와 법조계에선 가벼운 처벌을 기술 유출 범죄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적발된 산업기술 해외 유출 범죄는 93건, 피해금액은 약 2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올 들어서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2~5월 벌인 경제안보 위해범죄 특별단속에서 77명(35건)이 적발되는 등 기술 유출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검과 산업통상자원부, 특허청 등 정부 부처와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기술 유출 범죄에 더 강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양형기준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잇달아 대법원에 제출했다.
대검 사이버수사과장 출신인 이재승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피해금액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양형기준 감경가중구간 자체를 너무 짧게 잡은 측면이 있다”며 “기업 연구개발비를 포함한 피해금액 산정 방안을 따로 마련하고 양형기준도 더 무거운 형벌을 집행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성/민경진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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