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에너지 효율은 선진국 중 최하위권이다. 멕시코, 터키보다도 낮다. 철강 석유화학 등 에너지를 많이 쓰는 제조업이 많은데다 서비스업 비중이 낮은 산업 구조가 주요인이지만 지금보다 에너지 효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에너지원단위 순위를 보면 한국은 38개국 중 0.172로 31위였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을 1000달러 늘리는 데 석유환산 기준으로 0.172t의 에너지를 쓴다는 뜻이다.
국가 경제의 에너지 효율성을 나타내는 이 수치에서 한국은 멕시코(0.156·30위), 터키(0.141·27위), 콜롬비아(0.12·23위)에도 뒤졌다. 미국은 0.103으로 21위였고, 1위는 0.029의 스위스였다. 특히 한국은 일본 독일 같은 다른 제조업 중심국에 비해 에너지 효율에서 크게 밀렸다. 일본은 0.091로 15위였고, 독일은 0.082로 11위였다. 한국보다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나라는 캐나다와 에스토니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폴란드 체코 아이슬란드 등 7개국뿐이었다.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에너지 효율 정책을 펴고 있다. 독일 연방내각은 지난 4월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에너지효율법안을 승인했다. 법안에 따르면 독일은 2030년까지 최종에너지 소비량을 2008년 대비 26.5% 감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센터의 재활용 에너지 사용 비중을 2027년 7월 15%, 2028년 7월 20%로 높이도록 했다. 법안은 또 기업들이 폐열 발생 비율을 축소하고 재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일본은 신축 주택의 단열 효율 기준치를 40% 높인 개정 에너지효율법을 지난 4월부터 시행했다.
싱가포르 환경청은 3월 판매되는 제품의 에너지 성능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에서 판매되는 에어컨, 냉장고, 의류건조기, TV 등은 일정 수준의 에너지 효율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기준에 미달하면 싱가포르에서 제품을 팔 수 없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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