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카드’를 꺼내든 건 노동계의 숙원을 일부 해결하면서 노동개혁에 속도를 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노조 법치주의 확립’에 따른 강대강 대치를 이어갈 경우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노동 취약계층이 314만 명에 달해 내년 총선에도 불리하지 않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노동개혁 관련 자문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지난해 12월 이 내용을 정부 권고안에 담으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고용노동부도 지난 1월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안을 포함했다.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내 노동시장이중구조개선연구회가 구체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의 추진 의지도 강하다. 당 노동개혁특별위원회 관계자는 “이르면 이달 중 전체회의를 열어 추진 방안을 마련해 고용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경사노위 연구회가 수행한 ‘중점 그룹 인터뷰(FGI)’ 결과 영세 소상공인들은 연장근로 수당 등 가산임금에 대해서도 상당한 부담을 갖고 있다”며 “이 같은 부담을 덜기 위해 영세 사업자에게 실질소득을 지원하는 근로장려세제(EITC)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내년 총선에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도 깔렸다. 고용부의 ‘사업체 노동실태 현황’에 따르면 2021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체 종사자 수는 313만8284명으로 전체의 17.3%에 이른다. 사업체 수(123만9760개)보다 2.5배가량 많다.
다만 추진 과정에서 소상공인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영세 소상공인은 근로자의 잦은 이직과 무단결근 등으로 심각한 애로를 겪고 있고 특히 지방은 사정이 더 어렵다”며 “많은 소상공인이 사업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위 관계자는 “노동계 요구 사안이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도 반대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구체적 입법이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양길성/곽용희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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