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란과 동급?…빅테크, 검열 우려에 홍콩서 서비스 줄인다

입력 2023-06-12 07:16   수정 2023-06-26 00:31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홍콩에서 주요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가 홍콩에서도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당국이 온라인에서 공산당과 정부에 대한 반대 의견을 규제하려는 대상을 개인에서 유튜브 등 플랫폼으로 확대하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글로벌 금융 허브에서 서비스 제공을 줄이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구글과 MS, 오픈AI 등은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를 최근 몇달 동안 홍콩에서 접속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오픈AI가 챗GPT 서비스를 하지 않는 국가는 중국과 북한, 시리아, 이란에 그친다. 이같은 제한 국가 리스트에 홍콩이 추가된 것이다.

이들 기업은 공식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AI 챗봇이 중국의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는 콘텐츠를 생성하는 것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서로 추정하고 있다. 약 3년 전 시행된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중국 정부에 대한 다양한 유형의 비판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민주주의 지지자들 사이에 널리 불리고 있는 '홍콩에 영광을'이란 노래가 온라인에서 유포되지 않도록 법원에 금지 명령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제재 대상에는 이 노래가 실려있는 유튜브 도영상 32개도 포함돼 있다. 금지 명령이 법원에 의해 인용되면 미국 빅테크에 대한 홍콩에서 법적 조치의 첫 사례가 될 것이며 이는 향후 더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지 첸 전 메타플랫폼 중화권 공공정책 책임자는 "유튜브에서 민주화 노래를 검열하려는 움직임은 향후 미국 테크기업에 대한 또다른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홍콩의 인터넷 사용이 현재는 자유롭지만 중국의 '만리방화벽'이라고 알려진 시스템에 의해 엄격하게 검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중국은 이 방화벽을 통해 중국 본토에서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외국 소셜미디어 서비스에 접속을 차단해왔다.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콘텐츠가 생성되고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향후 이같은 온라인 콘텐츠 검열이 확산될 것을 우려해 홍콩에서 서비스를 제한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말 웹브라우저 사파리의 개인정보 보호정책을 업데이트하면서 중국 텐센트와 손을 잡고 중국 본토와 함께 홍콩에서도 중국의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을 웹사이트를 걸러내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은 2010년 중국에서 검색결과를 검열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후 중국 본토에서 검색엔진 사업을 철수했다. 디즈니는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를 통해 '심슨'의 두 에피소드를 홍콩에서 방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중국의 강제 노동 수용소를, 1989년 텐안먼광장 사태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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