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15일 출시 예정인 ‘청년도약계좌’와 관련해 은행들에게 금리를 다시 산정하라고 했다. “기본금리(3.5% 수준)를 높이든지, 우대금리 조건을 현실성 있는 항목으로 개편하라”는 요구다.
1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들은 오는 14일 청년도약계좌의 최종 금리를 공시할 예정이다. 당초 12일 공시할 예정이었지만 금융위의 ‘불호령’에 이 날짜를 이틀 뒤로 미뤘다. 금융위 관계자는 “실현하기 쉽지 않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우대금리 요건이 많다”고 말했다.
청년도약계좌는 윤석열 정부가 “청년들이 월 70만원씩 5년간 적금을 부으면 5000만원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고 홍보한 선거 공약이다. 그러나 지난 8일 은행들이 상품 구조를 잠정 공시하자 “기본금리는 턱없이 낮고, 우대금리는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항목으로 채워져 있어 ‘5000만원 목돈’의 달성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은행들의 잠정 공시에 따르면 기본금리(3년 고정)는 기업은행이 4.5%, 나머지 은행은 3.5%로 나타났다. 소득조건(총급여 2400만원 이하?종합소득 1600만원 이하?사업소득 1600만원 이하)에 따른 우대금리는 0.5%로 은행간 차이가 없었다. 기본금리와 소득?은행별 우대금리의 합이 가장 높은 곳은 기업은행(6.50%)이었고, 나머지는 대부분 5.50%~6.00% 수준이었다.
결국 가입자가 정부가 홍보한 대로 6% 수준의 금리를 받으려면 우대금리가 최대한 적용돼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은행들은 우대금리 조건으로 장기간의 급여 이체 및 자동 납부, 카드 실적 등을 요구했다. 특히 카드 사용 실적이 논란이 됐다. 하나은행은 청년도약계좌 가입 후 월 30만원 이상 3년간 하나카드 결제(하나은행 입출금통장 사용) 조건을 걸었다.
우리은행도 월 30만원 이상, 청년도약계좌 가입 기간의 2분의 1 이상 우리카드 결제(우리은행 입출금 통장 사용) 실적을 갖춰야 우대금리 1.00%포인트를 적용키로 했다. 자사 알뜰폰 요금제 가입 조건(KB국민은행)을 내걸기도 했다.
비판이 쏟아졌지만 은행들은 “정부 압박으로 쥐어짜서 내놓은 상품”이라는 입장이다. 앞으로 기준금리는 하락할 텐데, 청년도약계좌 금리는 3년 고정인 만큼 많이 팔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역마진이 난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인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아울러 일부 손실을 보더라도 감당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도 청년도약계좌에 가입자당 최대 월 2만4000원 기여금을 내는 만큼 은행도 곳간을 털어라”는 것이다.
은행권이 지난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7조원대의 순이익을 거뒀다는 게 근거가 된다. 은행들은 ‘성과급 잔치’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금융위는 현재 비교하기 어려운 은행 우대금리 공시체계 역시 소비자가 한 눈에 살필 수 있도록 손질할 계획이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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