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Maru)와 아라(Ahra). 최근 태양으로부터 63광년(1광년=9조4607억㎞) 떨어진 항성 ‘WD 0806-661’과 외계행성 ‘WD 0806-661 b’에 붙은 한국어 이름이다. 이로써 국제 천문학계에서 영구적으로 한국어로 불리는 별이 4개로 늘었다.
한국천문연구원과 국제천문연맹(IAU)은 공모 절차를 거쳐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앞으로 관측할 ‘WD’ 외계 행성계 별 이름에 하늘과 바다가 연상되는 한국어 단어 ‘마루’와 ‘아라’가 선정됐다고 9일 밝혔다.
항성은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이다. 태양계에서는 태양이 유일한 항성이다. 외계행성은 태양계 밖 우주에 있는 다른 항성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을 말한다. 이름 제안자인 이지우·김수민·김도연 씨는 “천문학을 통해 환경 문제를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다”며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WD 외계 행성계는 한반도 기준 남쪽 하늘에 보이는 별자리 날치자리 내에 있다. 태양 질량의 약 0.6배인 항성과 목성보다 8배 무거운 외계행성으로 이뤄져 있다. 항성과 행성의 거리는 태양과 지구 사이 평균 거리(1AU)의 2500배다.
천체에 한국어 이름이 붙는 것은 2019년 12월 명명된 백두(Baekdu)와 한라(Halla)에 이어 두 번째다. 백두와 한라는 태양으로부터 약 520광년 떨어진 ‘UMi’ 외계 행성계에 있다. UMi 외계 행성계는 한반도 북쪽 하늘에 보이는 북극성 주변 별자리 작은곰자리 내부에 위치했다.
백두로 불리는 ‘8 UMi’는 태양보다 1.8배 무거운 주황색 항성이다. 한라로 불리는 ‘8 UMi b’는 목성보다 1.5배 무거운 외계행성이다. 이름 제안자인 채중석 씨는 “북쪽의 백두산과 남쪽의 한라산에서 착안해 평화 통일과 우리 민족의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전했다.
IAU는 100여개국 1만3500명 이상의 천문학자 회원으로 구성된 천문학 분야 세계 최대 국제기구다. 별의 이름을 지정할 수 있는 공식적인 권한을 지니고 있다. 1919년 설립된 이후 지난 100여년 동안 국제 협력을 통한 연구 및 정책 수립, 교육 등으로 천문학 발전을 이끌고 있다. 2006년 명왕성을 행성 목록에서 분리해 왜소행성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IAU는 2015년부터 비정기적으로 이름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 진행한 외계행성 이름짓기 공모전에서는 세계 각 나라 수도의 위치에서 작은 망원경으로도 관측할 수 있는 별들에 이름을 지었다. 각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밤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보이는 별과 그 별을 부르는 이름을 해당 지역의 토착 언어로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아르헨티나 원주민 언어로 형제를 뜻하는 ‘노삭사’와 아일랜드 신화에 나오는 사냥개의 이름 ‘브란’, 요르단의 고대 도시 ‘페트라’, 말레이시아의 보석 ‘인탄’ 등으로 불리는 별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IAU 측은 “천문학자들은 마치 전화번호를 정하는 것과 같은 방식의 행성 목록을 사용하고 있다”며 “발견되는 행성의 수가 늘어나면서 지구가 속해 있는 태양계 행성들과 같은 이름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에 추가로 발견될지도 모르는 행성들의 이름을 같은 주제 내에서 지을 수 있도록 확장성까지 고려해 이름들을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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