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 12일 15:0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한 뒤 상장을 철회했던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이 재도전에선 넉넉한 주문을 받는 데 성공했다. 시장의 관심은 공모액이 300억원이 넘는 대형 스팩인 KB24호스팩의 재도전 결과로 쏠리고 있다.
NH스팩29호는 지난 7~8일 이틀 동안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최종 경쟁률 70대 1을 확보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국내외 기관 220곳이 수요예측에 참여했다. 공모가는 2000원으로 공모가 기준 공모액 255억원인 중형급 스팩이다.
7~8일 나란히 재도전에 나선 하이제8호스팩도 기관 수요예측에서 413대 1의 경쟁률을 확보하며 흥행했다. 국내 기관 520곳이 주문을 넣었다. 공모가는 2000원이며, 공모액은 85억원이다.
NH스팩29호와 하이제8호스팩은 각각 3월과 4월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상장 철회를 결정했던 곳이다. 기관투자가로부터 외면받아 공모 절차를 진행하기 어려운 수준의 주문만 들어와서다.
당시 중소형 IPO 시장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스팩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 NH스팩29호처럼 공모금액이 큰 스팩의 경우 상대적으로 합병 가능성이 작다는 평가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업계에선 올해 스팩 합병이 연달아 진행되면서 다시 스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팩은 통상 공모가 수준에서 주가가 머무르다 스팩 합병이 이뤄지면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올해 스팩 합병으로 증시에 입성한 기업은 10곳이다. 이들 외에 스팩 합병을 결정하고 합병 절차를 진행하는 곳은 21곳이다. 역대 최다 스팩합병 건수는 2017년 21곳으로 올해 새 기록을 쓸 것으로 전망됐다.
5월 말 대형 스팩의 합병 소식이 전해진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2차전지 검사 솔루션 전문기업 피아이이(PIE)는 하나금융25호스팩과 합병을 결정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한 공모액 200억원 이상의 대형 스팩 중 첫 합병 사례다. 피아이이의 예상 시가총액은 4888억원으로, 역대 스팩합병 기업 중 최대어다.
IB 업계 관계자는 “일반 상장이 어려운 기업이 선택하는 상장 루트란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면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노리는 수 있는 스팩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이번 주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KB24호스팩에 쏠리고 있다. KB24호스팩 역시 지난 3월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한 뒤 두 번째 도전이다.
KB증권이 처음 대형 스팩 상장에 나섰지만 고배를 마셨다. 이번엔 공모액을 400억원에서 320억원으로 낮춰 재도전한다. 공모가는 1만원이다. 오는 13~14일 기관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하나금융25호스팩 합병 소식이 전해진 뒤 대형 스팩의 주가가 공모가를 회복한 점은 긍정적 요인이다.
이달 들어 NH스팩19호(공모액 960억원)와 NH스팩20호(400억원), 하나금융25호스팩(400억원), 삼성스팩8호(400억원) 등 대형 스팩의 주가는 공모가를 웃돌았다. 공모액이 200억원이 넘는 스팩 중 미래에셋드림스팩1호 주가만 공모가(1만원)를 하회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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