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법 형사 2-1부(최환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피고인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10년간 정보통신망에 신상 공개,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 취업 제한,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22일 오전 5시께 귀가하던 피해자 B씨를 10여 분간 쫓아간 뒤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폭행한 혐의(살인미수)로 기소돼 지난해 10월 1심에서는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항소심 과정에서 사건 당시 B씨가 입었던 청바지에서 A씨 DNA가 검출되는 등 추가 증거가 드러나면서 혐의가 강간 살인미수로 변경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성폭력 범죄의 수단으로 범행했다"며 이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성적 욕구의 대상으로 삼았고, 머리만을 노려 차고 밟았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피해자를 끌고 갔고, 다량의 출혈이 있던 피해자를 상대로 성폭력 범죄로 나아가려 했다"고 판결했다.
이어 "확실한 예견이 없어도 자신의 폭행이나 그에 이른 성폭력 실행 과정에서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강간의 고성의 여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증거는 충분치 않다"면서도 "사건 당일 새벽 4시 53분 노상에서 피해자 발견하고 100m 따라가 공격했다. 피고인은 피해자 속도에 맞춰 걷고, 피해자가 휴대전화를 만지면 따라 멈추는 등 특정 범죄를 행하려는 시도를 보였다"고 판단했다.
특히 "피고인은 자신이 따라갈 당시에는 여성인 줄 몰랐다고 하는데 피해자의 외모 및 복장 등을 보면 이런 주장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청바지 단추가 풀리고 지퍼가 내려가 속살이 보일 정도로 피해자 옷을 벗겼다가 인기척을 느껴 급하게 도주한 것"이라며 "피해자를 복도 구석으로 끌고 간 것은 강제추행 행위 등에 준하는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지 구하려고 장소를 옮긴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범행 당일 A씨가 인터넷에서 '부산 강간 사건', '부전동 강간 미수' 등을 검색한 것에 대해서는 "당시는 수사기관은 물론 피해자도 강간 시도 사실을 몰랐다"며 "'강간'을 검색했다는 점에서 범행 의도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의 전과 기록 등을 열거하며 "과도한 공격적 특성과 반사회적 성격을 보안법을 준수하려는 기본적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불우한 성장 과정이 영향을 미친 사유로 참작되지만, 엄정한 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선고 공판을 지켜본 피해자는 법정 앞에서 울음을 쏟으며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피해자 변호인은 "CCTV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진실을 밝히려 한 검찰과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피고인은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있고, 본인이 한 일을 진심으로 뉘우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영구적으로 사회와 단절될 필요가 있으나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측은 범죄 가해자 신상 공개와 관련해 국회 법사위에 의견을 제출하는 한편으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판결문을 분석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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