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인공지능(AI) 활용 범위를 확대하며 영업점의 업무 효율성을 높여가고 있다. 지난 4월 새로 개발한 AI 업무보조 시스템 ‘R비서’를 영업점에 보급하기 시작하면서다. 그동안 주요 은행이 AI 기술을 단순 업무의 ‘일괄적인 자동화’를 위해 주로 사용해왔다면 신한은행의 R비서는 은행원 개인에게 맞춤형 업무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신한은행은 R비서 보급을 통해 신용평가 등 복잡한 업무까지 자동화하는 것은 물론 ‘보텀업’ 방식의 AI 기술 고도화를 이끈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최근 신한은행 충무로역지점 직원들은 시재마감 때 받는 스트레스가 크게 줄었다고 한다. 창구 직원의 개인 PC마다 설치된 R비서가 현금을 손으로 세는 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대부분의 행정 업무를 대신 처리해주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한 직원이 R비서를 향해 ‘일일 여신 취급·회수 현황’을 처리하도록 지시하자 컴퓨터 화면에 붉은색 테두리가 나타나 서류가 넘어가는 모습이 보이더니 20초가량 뒤에 일이 마무리됐다. 이 직원은 “평소엔 매일 수작업으로 현황을 직접 파악해 영업점장의 결재를 받아야 했던 업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이 AI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은행권 처음으로 여신 업무에 AI를 기반으로 한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급여 이체와 같은 단순·반복 업무를 상당 부분 자동화했다.
무엇보다 R비서는 AI 활용 범위 자체가 기존 RPA보다 크게 확대됐다. RPA가 급여 이체처럼 반복되는 단순 업무를 자동화했다면 R비서는 신용평가나 퇴직연금 세금 납부 등 경우마다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제각각인 복잡한 업무까지 자동화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RPA는 서류에 나열된 숫자가 의미하는 것이 금액인지 사업자번호인지 스스로 분류하지 못했는데, R비서는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을 기반으로 스스로 인식하기 때문에 많은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최근 AI 활용을 늘리는 추세지만 은행원의 행정 업무 축소보다는 고객 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4월 개인 맞춤형 퇴직연금 전략을 설계하는 ‘AI연금투자 솔루션’ 서비스를 출시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1월부터 연말정산 관련 일곱 가지 상담 업무를 ‘AI상담봇’으로 처리하기 시작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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