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넘어 태양광·배터리로 영토확장

입력 2023-06-12 17:52   수정 2023-06-13 01:01

태양전지 소재인 실리콘 웨이퍼는 태생적으로 전지화(電池化)의 위험을 안고 있다. 자칫 태양전지 패널에서 수집된 태양광이 웨이퍼를 따라 후면까지 흐르며 단락되기 쉬워서다. 이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웨이퍼 가장자리에 절연을 위한 에칭 공정을 필수적으로 시행한다. 코스닥시장 상장 중견기업 AP시스템은 한화큐셀로부터 에칭 공정에 사용되는 ‘레이저 엣지 아이솔레이션’ 장비를 수주하며 태양광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김영주 AP시스템 대표(사진)는 “핵심 성장 동력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장비의 레이저 기술력을 태양광 분야에 접목했다”며 “미국 주택 및 산업용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점유율 1위 업체인 한화큐셀에 연내 장비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회사가 공급할 태양광 장비는 ‘꿈의 태양광’으로 불리는 ‘탠덤 셀’ 방식의 태양전지 제조라인에 적용될 예정이다. 탠덤 셀은 기존 실리콘 셀 위에 차세대 태양광 소재인 페로브스카이트 셀을 쌓아 만드는 전지다. 한계 효율이 기존 실리콘 단일 셀 대비 1.5배 높은 44%에 달해 태양광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라는 평을 듣는다.

AP시스템은 최근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는 전기차용 2차전지 시장에도 깃발을 꽂았다. 지난해 말 2차전지 기업과 150억원 규모의 2차전지 제조 장비 첫 공급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올해 3월 또다시 300억원 상당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차전지 분야에서만 반년이 안 돼 450억원어치 일감을 확보했다. 레이저를 이용해 전극을 가로로 재단한 뒤 V자 홈과 양극, 음극 탭을 만드는 ‘레이저 노칭’ 장비를 제작해 공급할 전망이다.

김 대표는 “2023년은 전기차용 2차전지와 태양광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신재생에너지 장비 사업이 실적으로 본격화하는 원년”이라며 “디스플레이용 OLED와 반도체 등 기존 주력 사업이 성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적극 힘을 보탤 것”이라고 했다.

핵심 성장 동력인 OLED 장비 수요도 예년보다 견조하다는 분석이다. 주요 고객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정보기술(IT)용 8세대 OLED 라인 구축에 4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OLED 장비 수주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이 회사가 OLED 기판 위에 증착된 유기 물질이 물과 산소 등과 반응해 산화되는 것을 막아주기 위해 유기물에 보호막을 씌우는 ‘봉지’(인캡) 장비를 수주할 것으로 예상한다. 값비싼 OLED 패널이 산소 등과 닿으면 빛을 내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전자의 이동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서 암점이 생긴다. AP시스템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인 티엔마로부터도 최근 같은 OLED 장비를 수주해 제작이 한창이다.

장비 수주 및 공급이 잇따르면서 올해 매출은 작년(4866억원)보다 13%가량 늘어난 55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메리츠증권은 내다봤다. 올해 1분기 매출은 9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 늘어난 117억원을 기록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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