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이후 가족과 함께 ‘전기 절약 모드’에 들어갔다. 구체적으로 △안 쓰는 전자제품 플러그 뽑기 △불필요한 조명 끄기 △청소기·헤어드라이어 한 단계 낮게 사용 △식기세척기·세탁기는 가득 찰 때 돌리기 △안 보는 TV 끄기 등 다섯 가지다.
이후 A씨 가족의 한 달 전기사용량은 이전보다 월 30㎾h가량 줄었다. 하루 1㎾h꼴이다. ㎾h당 가정용 전기요금 260원(부가세 포함)을 적용하면 월 7790원, 1년에 9만3500원을 아낀 셈이다. 전국 2371만 가구가 A씨 가족처럼 전기를 절약하면 1년에 2조2160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
뒤집어 말하면 의식적으로 전기를 아껴쓰지 않으면 가정에서 매일 이만큼씩 전기가 줄줄 새는 것이다. 얼핏 보기엔 작은 것 같지만 전국적으로 따져보면 만만찮다.
우선 에어컨은 설정 온도를 1도 낮출 때마다 전국 가정에서 여름철에 추가로 부담하는 돈이 총 2530억원씩 늘어난다. 여름철 냉방 기간 100일, 에어컨 1도 낮추는 데 소요되는 하루 추가 전력(0.41㎾h), 전국 가구수 2371만 가구를 적용한 결과다. 국내 에어컨 보급률은 2019년 기준 가구당 0.97대다. 한 집에 한 대꼴이다.
24시간 꽂혀 있는 플러그도 마찬가지다. 에너지공단에 따르면 그냥 꽂아 놓은 플러그로 인해 발생하는 가구당 대기전력은 연간 115㎾h다. 전국 가정에서 1년에 총 7100억원이 불필요하게 새고 있는 것이다. 미사용 플러그가 ‘전기 거머리’ ‘전기 뱀파이어’로 불리는 이유다.
밥솥과 비데도 전기 사용이 많은 가전제품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조사를 보면 가구 내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가전제품은 전기밥솥이었다. 전체의 29%를 차지했다. 이어 냉장고·김치냉장고(25.5%), 에어컨(21.2%) 순이다.
에너지공단 관계자는 “가족이 많고 매 끼니 밥을 지어 먹는 경우 밥솥 전력 사용이 의외로 많다”며 “불필요한 경우 보온 모드 사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전기를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비데는 사용하지 않을 때 온열 기능을 꺼놓는 것도 전기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가정에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려면 결국 현재 원가 이하인 전기요금을 올려 ‘가격 신호’를 복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은 전기를 많이 쓸 때와 적게 쓸 때의 차이가 크지 않아 가정에서 에너지 절약에 둔감하기 쉬운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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