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덕동에 사는 임신부 A씨는 지난 4월 입덧약 ‘디클렉틴’ 28정을 10만3000원에 구매했다. 한 정당 3700원인 셈이다. 하루에 최소 한 정에서 최대 네 정까지 복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 입덧약값이 1만원을 훌쩍 넘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임신부의 필수품인 입덧약이 이처럼 비싼 이유는 아직 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비급여 의약품이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고가인 입덧약에 대한 임신부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임신부에게 지급되는 바우처의 대부분을 입덧약 구매에 쓴다는 불만부터 ‘전 세계 1위 저출산 국가에서 임신부의 필수약이 비급여인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12일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임신부 10명 중 7~8명은 입덧 증상을 겪고 있다. 전체 임신부의 50%는 구역·구토를 함께 동반하며, 25%는 구역 증상만 겪는다. 입덧 증상이 심해지면 탈수 증세나 저혈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임신부가 가장 많이 구매하는 입덧약은 디클렉틴이다. 항히스타민제와 비타민을 주성분으로 하는 디클렉틴은 복용 시 임신부의 구역·구토 현상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보통 하루 1회 두 정을 복용하고 증상에 따라 최대 네 정까지 가능하다.
한 정당 평균 2000원 수준이지만 비급여라서 약국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입덧을 겪는 임신부가 권장량대로 하루 두 정을 섭취한다면 한 달에 최소 12만원을 써야 한다. 네 정씩 복용한다면 약값은 두 배로 뛴다.
인천 송도동의 임신부 김지우 씨(33)는 “입덧 증상이 심해 임신 6주차부터 20주차까지 디클렉틴을 복용했다”며 “임신 바우처로 받은 금액 대부분을 입덧약에 썼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입덧약은 임신 기간 평균 8~10주 정도 복용하는데, 꾸준히 입덧약을 먹으면 바우처 지원 금액 100만원을 넘어선다. 임신바우처는 정부가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제도’의 일환으로 진료비 일부를 국민행복카드로 지원하는 제도다.
입덧약의 보험 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디클렉틴의 건강보험 급여화를 검토 중이지만 정확한 급여화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입덧약의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종관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부 대다수가 복용하는 약인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입덧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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