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3일 민간단체 국고보조금과 시도교육청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백억원이 부정하게 쓰인 것과 관련 "납세자에 대한 사기행위이고 미래세대에 대한 착취행위"라며 전임 정부에서 무분별하게 늘어난 보조금 예산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제24회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민간단체 보조금이 지난 정부에서 2조원 늘어나는 동안 제대로 된 관리·감독 시스템 없어서 도덕적 해이와 혈세 누수가 만연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4일 최근 3년간 국고보조금 6조8000억원이 지급된 비영리 민간단체 1만2000여 곳을 감사한 결과, 면 총 1조1000억원 규모의 사업에서 1865건의 부정·비리가 적발됐다고 발표했다. 부정 사용 금액은 314억원에 달했다.
또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지난 6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한 '지방교육재정 운영실태' 합동점검 한 결과 위법·부적정 사례가 97건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위법하게 쓰인 금액은 282억원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번 감사로 엄청난 부정과 비리가 적발됐다. 횡령, 리베이트 수수, 허위 수령, 사적 사용, 서류 조작 등 부정의 형태도 다양했다"며 "지난주 발표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합동 점검에서도 대규모 위법 부당 사례 적발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학령인구는 줄어드는데 세수가 증가해 교육교부금이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보조금을 남발하고 검증과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부정과 비리의 토양이 됐다"면서 "국민의 혈세가 정치 포퓰리즘의 먹잇감이 되고 지난 정부에서만 400조원의 국가채무가 쌓였다"고 거듭 전임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다.
이어 "이는 납세자에 대한 사기행위이고 미래세대에 대한 착취행위"라며 "잘못된 것은 즉각 제대로 도려내고 바로잡는 게 국민의, 정부의 책무다. 부정과 부패의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부숴야 한다"고 보조금·교부금 개혁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 내에서도 보조금 선정과 집행 과정에서 관리·감독 제대로 이뤄졌는지, 무사안일에 빠져 관행적으로 집행된 것은 아닌지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향후 보조금 사업에서 부정·비위가 발생할 경우 사업자뿐 아니라 담당 공직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선정에서부터 집행, 정산, 점검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관리·감독 시스템을 가동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보조금이라는 것은 사용 내역과 관련 자료를 정직하게 제출하는 단체에게만 지급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단체, 불법 부당하게 용도 벗어나 사용하는 단체에는 절대로 지급돼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보조금 회계투명성 강화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각 부처는 무분별하게 늘어난 보조금 예산을 전면 재검토해서 내년 예산부터 반영해야 한다"며 "정부는 앞으로 국민의 혈세가 어려운 취약계층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고 열악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도 국가 안보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초급사관과 부사관에 대한 처우 개선하는 등 꼭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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