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경찰청은 발신번호를 바꿀 수 있는 변작 중계기를 이용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를 도운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로 변작 중계기 관리책 20대 A씨 등 13명을 검거해 이 중 9명을 구속했다고 13일 발표했다.
A씨 등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경남과 대구, 전라도 일대를 돌며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를 설치, 운용한 혐의를 받는다.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는 070으로 시작하는 국제·인터넷 전화번호를 010 휴대전화 번호로 바꾸는 통신 기기다.
전화금융사기 조직은 일반 시민들이 인터넷 전화는 잘 받지 않아 범행이 어렵게 되자 이 변작 중계기를 이용해 010 휴대전화 번호로 바꿔 범행을 저질렀다.
A씨 등은 조직 상선이 중국에서 구한 변작 중계기를 택배로 보내면 자기 집이나 모텔, 원룸 등에 설치한 뒤 금융기관 영업시간에 맞춰 중계기를 사용했다.
일부는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승용차나 오토바이 등에 이동형 변작 중계기를 싣고 이동하며 범행을 이어 나갔다.
A씨 등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고액·고수익 알바' 글을 보고 전화금융사기 조직과 접촉해 범행을 시작하게 됐다.
하나의 변작 중계기에 32개 대포 유심칩을 꽂아 휴대전화 번호 32개를 만들어 사용했으며 조직 상선 지시에 따라 이 기기를 켜고 끄며 전화금융사기 범행을 도왔다.
이들은 평균 1주일에 20만원의 돈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들이 사용한 고정형 중계기 11대와 이동형 중계기 182대, 대포 유심 1174개 등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화금융사기는 누구나 범행 대상이 될 수 있어 모르는 전화번호는 일단 의심해야 한다"며 "변작 중계기와 유심칩 등을 디지털 포렌식 수사해 이들 조직 상선을 계속 추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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