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기술 집약의 결정체인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이 세계 1위에 오른 배경을 얘기하면서 오너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오너 경영의 긍정적 측면을 다룬 이번 세미나는 의미가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과감한 투자와 신속한 의사결정이 핵심인 반도체산업은 오너 경영에 딱 맞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삼성이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가 된 건 이건희 선대회장 등 오너 경영자의 결단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선제적인 조(兆)단위 투자, 장기적 안목의 기술 인재 양성은 제아무리 뛰어난 전문경영인도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다.
기업 활동에 부담을 주는 갈라파고스 규제를 양산하던 정치권이 국내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돕겠다고 나선 건 환영할 만하다. 특히 기업과 오너 경영 체제를 개혁과 규율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던 민주당에서 나온 시도라는 점도 신선하다. 이날 세미나를 두고 일부에서 “민주당스럽지 않은 행사”라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로 민주당의 반기업 성향은 뿌리가 깊다. 김 의원은 “민주당이 가지고 있는 반기업 이미지를 벗고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거대 의석수를 앞세운 민주당의 입법 행태를 보면 김 의원의 목표가 달성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경영계가 ‘파업조장법’이라고 우려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게 불과 3주 전이다. 오너 경영의 지속성을 떨어뜨리는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덜어보려는 시도는 ‘부자 감세’ 프레임으로 싸잡아 비난한다.
심지어 이번 세미나를 준비한 김 의원 측을 향해 ‘재벌에 굴복했다’는 내부 비아냥도 나왔다고 한다. 맹목적인 반기업 정서가 민주당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글로벌 기업 경쟁력 확보에 도움을 주겠다는 몇몇 의원의 노력은 물거품이 될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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